“입시 역차별 사라져”… 한인사회, 美 ‘소수인종 우대’ 위헌 결정 환영 [뉴스 투데이]

서필웅 2023. 6. 3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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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흑인에 더 기회 줘야” 취지
히스패닉 등 대학 진학 비율 늘어
대법 “인종 아닌 경험으로 대우해야”
일각 “백인 학생이 최대 수혜” 지적

60여년간 미국 대학 입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소수 인종 우대 정책)에 위헌 결정이 내려진 것은 더 이상 입시가 인종이라는 정치적 요소에 좌우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 확산하면서다. 정책 시행 뒤 흑인 등 소수 인종의 대학 진학이 충분한 수준까지 늘었다는 판단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존 로버츠 미 연방대법원장은 6월29일(현지시간) 공개된 대법관 다수 의견에서 “너무 오랫동안 대학들은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기술이나 학습 등이 아니라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려 왔다”면서 “우리 헌정사는 그런 선택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연방대법원 앞에서 어퍼머티브 액션(소수 인종 우대 정책) 위헌 결정을 지지하는 시위대의 모습. AP연합뉴스
그는 “학생들은 인종이 아니라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퍼머티브 액션은 미국 내 흑인 인권운동이 활발하던 1961년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이 연방정부와 계약한 업체의 직원 선발 과정에서 인종과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서 비롯됐다. 후임인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5년 연방정부 전체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 새 행정명령을 내렸고, 미국 내 각 대학도 소수 인종 우대 입학 정책을 잇달아 도입했다.

인종 차별로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한 환경을 바로잡기 위해 어느 정도의 ‘긍정적 차별’을 둬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이 정책을 도입한 첫해 명문 하버드대 흑인 신입생 수가 51%나 급증했고, 이후 미국 대학들이 인종적 다양성을 갖추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는 또 현재 미국의 각 인종이 인구 비율과 얼추 비슷하게 대학에 진학하는 수준까지 성과를 냈다. 미 고등교육 전문지 ‘더 크로니클 오브 하이어 에듀케이션’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미국 대학 재학생 인종 비율은 백인이 51.9%로 가장 많고,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 22.3%, 흑인 12.7%, 아시아계 7.8%가 뒤를 이었다. 이는 한 해 전 미국 인종 비율인 백인 57.8%, 히스패닉 18.7%, 흑인 12.4%, 아시아계 6%와 유사하다.
역차별 논란이 벌어졌다. 더 큰 비율의 인구를 차지하는 백인 계층 우수 학생이 자신보다 성적이 낮은 소수 인종 경쟁자에게 밀려나는 상황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높은 교육열로 학업 성취도가 높은 아시아계 학생들 역시 소수 인종이면서도 입학 사정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당초 백인 중심의 미국 사회에서 소외된 흑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로 출발한 정책이었기에 운영의 한계가 속속 노출된 것이다.

이런 탓에 헌법소원도 꾸준히 제기됐는데 대법원은 1978년 인종을 입학 사정 과정에서 여러 요인 중 하나로 고려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판단했고, 2003년 진행된 헌법소원 사건에서도 같은 입장이었다. 그러나 1996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주민 투표 등을 통해 대학 입시에서 어퍼머티브 액션을 금지하는 주가 9개나 생겨났고, 결국 이런 분위기 속 헌법 해석도 뒤집혔다.

한인 사회는 환영 입장이다. 미국 내 입시 전문가들도 그동안 한인 학생들이 우수한 학업 성적에도 흑인·히스패닉 등에게 주어지는 인종 우대 점수에 밀려 진학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일정 정도 사실이라며, 당장은 입시에서 다소 유리해지는 측면이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인종 다양성을 중시하는 미국 동부의 이른바 ‘아이비리그’ 명문대 입시 제도 변경이 불가피해지면서 한인 학생들의 입학 문턱이 낮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29일(현지시간) 미국 메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 대학 모습. AP연합뉴스
흑인 등과 유색 인종으로 분류되는 아시아계가 얻는 이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버드대 아시아계 미국인 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결정은 유색 인종 학생 교육 기회를 제한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흑인, 라티노(남미 출신), 미국 원주민 출신 학생의 거의 절반이 줄어들겠지만, 그 대부분의 자리는 아시아계가 아닌 백인이 대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흑인·히스패닉과 아시아계 사이의 인종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한인 웹사이트의 한 이용자는 “그러지 않아도 흑백 싸움에 아시아인들이 희생양이 되고 있는데, 아시아인에 대한 더 많은 증오범죄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적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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