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입양 책임'은 국가에…양부모 적격성 확인
그간 민간이 주도해온 입양이 정부가 절차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국가 책임체제로 바뀐다.
보건복지부는 입양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국내입양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국제입양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과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현재 민간 입양기관에서 수행 중인 입양업무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먼저 국내 입양은 시·군·구의 사례결정위원회 심의를 통해 입양이 대상 아동에게 최선인 경우에만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후 지자체에서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해당 아동을 입양 전까지 보호하게 된다.
현장 전문가의 노하우가 필요한 부분은 민간에 위탁한다. 예비양부모 상담 및 교육, 적격성 심사를 위한 조사는 전문성을 갖춘 위탁기관을 선정해 수행케 하기로 했다. 복지부 입양정책위원회는 양부모의 적격성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가정법원의 임시양육결정 제도도 새롭게 도입된다. 결연 후 예비양부모의 입양허가 재판 과정에서, 아동과 예비양부모 간 조기애착 형성과 상호적응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가정법원은 임시양육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를 통해 최종적으로 예비양부모의 양육능력 등을 판단하게 된다.
입양이 성립된 뒤 '사후 관리'도 강화한다. 최소 1년간은 양부모와 양자의 상호적응을 돕기 위한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 기간 동안 전문 위탁기관에서 정기적 상담을 실시하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지원 또는 연계한다.
정부는 체계적 기록관리와 투명한 정보공개로 입양인의 알 권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모든 입양기록물의 관리와 입양 관련 정보공개 업무는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일원화된다. 현재 입양기관과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보관 중인 25만여 건의 기록물은 아동권리보장원으로 이관되고, 입양인은 향후 아동권리보장원의 장(長)에게 입양정보 공개를 청구하게 된다.
복지부는 입양에 관한 실태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5년마다 '국내입양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할 예정이다. 아동권리보장원에는 입양정책위원회 사무국을 별도로 설치해 입양 실무를 총괄적으로 지원한다.
국제 입양과 관련해서도 국제 재혼을 포함한 모든 입양을 복지부가 중앙당국이 되어 국제입양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동을 입양 보내는 나라(출신국)에서는 아동의 입양 적격성을, 입양아동이 거주하게 되는 나라(입양국)에서는 양부모의 적격성을 각각 심사해 '상호 보증'한다는 방침이다. 최종적으로는 아동 출신국의 가정법원이 입양을 허가한다.
국제입양은 지난 1995년 발효된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의 원칙에 맞춰 '국내에서 양부모를 찾지 못한 경우'에만 허용한다는 입장이다.
헤이그협약은 국가를 이동하는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입양에 의한 유괴·인신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입양의 절차와 요건을 규정한 협약이다. 한국은 지난 2013년 협약에 서명했으나,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분담 등을 둔 이견으로 관련법 제·개정이 늦어지면서 10년간 비준이 이뤄지지 못했다.
복지부 김지연 아동복지정책과장은 "입양은 아이들의 특성에 따라 어떤 부모가 맞는지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시스템이라 국내에 가장 적합한 양부모가 있는지 각각의 사안에 따라 봐야 한다"며 "아이도 그렇고, 양부모의 입양의사 등을 같이 보면서 국내에서 입양될 확률이 없거나 어려울 거라 판단되는 경우엔 국제입양을 추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제입양 대상 아동은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에 따라 입양정책위에서 결정한다. 어떤 기관이나 개인도 국제입양에 따른 부당한 재정적 이익을 취할 수 없다고, 정부는 강조했다.
국제입양이 성사된 이후에도 국가 차원에서 입양국과 협력해 아동적응보고서를 작성하고 국적취득 여부 등 추후 적응상황을 점검·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에 통과된 법안들은 공포 후 2년 뒤에 시행된다. 시행일에 맞춰 2025년에 헤이그협약도 비준될 예정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번 법 제·개정을 통해 모든 입양아동의 안전과 권리를 국가가 책임지고 보장하게 되었다"며 "2년 후 새로운 입양제도가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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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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