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부터 납품단가 연동제 시행…원재료가격 오르면 대금 조정
사전에 정한 비율 넘어 오르면 조정
원·하청 합의땐 연동 안 해도 돼
오는 10월부터 주요 원자재 가격이 원청·하청의 사전합의 비율보다 더 오르면 하도급 대금도 조정해야 하는 납품단가 연동제가 시행된다. 단, 원·하청이 대금 연동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면 연동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회는 30일 하도급 대금 연동제를 도입하고 중소기업협동조합 등의 대금 조정 대행 협상을 활성화하기 위한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되면 납품단가 조정 대행협상의 신청요건 완화는 즉시 시행된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3개월 시차를 두고 10월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납품단가 연동은 하도급 대금의 10% 이상인 주요 원재료가격이 ‘일정 비율’ 이상 오르거나 내릴 경우 이뤄진다. 이때 일정 비율은 원청(원사업자)과 하청(수급사업자)이 사전에 협의해 정한다. 단, 이 비율은 10%를 넘을 수 없다.
주요 원재료 가격이 사전에 정한 비율을 초과해 오르거나 내리더라도, 1억원 이하 소액 계약인 경우엔 하도급 대금을 연동하지 않을 수 있다. 90일 이내의 단기 계약이거나, 원사업자가 소기업인 경우에도 연동 의무가 사라진다. 원청과 하청이 연동하지 않기로 합의한 경우에도 납품대금 연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개정안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 대금 연동에 관한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그 사용을 권장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연동제 확산과 정착을 위한 조처다. 공정위는 대금 연동 우수기업을 선정해 포상할 수 있고, 원재료 가격 정보·연동 실적 확인·교육과 상담 등을 담당하는 ‘연동지원본부’를 지정할 수도 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이나 중소기업중앙회에 납품단가 조정 협상 대행을 신청할 수 있는 요건도 완화된다. 기존에는 특정 원재료 가격이 10% 이상 상승하는 등 공급원가가 시행령에서 정한 기준 이상 변하는 경우에만 조정 협상 대행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시행령으로 정한 기준 이상 변동되어야 한다’는 요건이 삭제됐다. 공급 원가가 바뀌면 원가 변동폭이 얼마만큼이든 협상 대행을 신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도입 요구가 본격화되고 약 15년 만에 법제화된 것이다. 앞서 원자재가격이 3년째 상승하던 2008년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연동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지만, 당시엔 하도급법에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의 도입 근거를 담는 수준에서 논의가 일단락된 바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거래 가격은 계약 당사자들끼리 정한다’는 시장 원리를 과도하게 훼손한다는 지적이 재계 단체 등을 중심으로 많았던 결과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다시 논의에 불이 붙었다. 특히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로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지난해 5월 공정위가 내놓은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응답비율이 42.4%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당초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해 “예외없이 일괄 적용할 경우 사적 자치에 대한 과도한 규제, 납품기업 변경에 따른 중소기업 피해, 중소 원사업자의 부담 등 부작용과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연동제 도입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해 왔다. 대신 표준계약서 사용 활성화가 더 시장경제 원칙에 부합하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9일 국민의힘이 민·당·정 협의회에서 당사자끼리 합의하는 경우엔 대금 조정을 하지 않는 예외 조항을 두는 것을 전제로 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추진을 밝히고, 뒤이어 같은달 14일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납품단가 연동제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하도급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번 국회 논의 과정에서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합의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여부를 결정하게 하면 이번 법제화 의미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지만, 여야 논의 끝에 이날 개정안대로 결정됐다.
공정위는 “납품단가에서 제값받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국정과제 일환으로 추진된 법 개정”이라며 “법률안이 공포되는대로 조속히 하위 법령을 정비해 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위한 또다른 법안인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바 있다. 법안의 뼈대는 이날 통과된 하도급법 개정안과 같다. 다만 상생협력법은 수·위탁 계약에 적용되고, 하도급법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 하도급 계약에 적용된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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