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 세무조사에…학원가 ‘킬러’, 지워지거나 ‘힐러’ 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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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대형 학원에 이어 메가스터디의 수학 대표 강사인 현우진씨 등 유명 강사까지 세무조사를 확대한 가운데 학원가에서 '킬러'라는 표현이 사라지고 있다.
한 학생이 학원 누리집에 강의 이름을 바꾼 배경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님의 말로 킬러(문항)가 안 나온다고 해서 (강의에서) 킬러라는 이름을 바꾼 건가요? 왜 교육과정(커리큘럼)에서 (킬러라는 표현이 들어간 강의가) 빠진 건가요"라고 묻자 한 강사는 "출제 경향 때문에 강의 이름을 수정한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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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대형 학원에 이어 메가스터디의 수학 대표 강사인 현우진씨 등 유명 강사까지 세무조사를 확대한 가운데 학원가에서 ‘킬러’라는 표현이 사라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지시 뒤 사교육 시장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진 뒤 벌어지는 현상이다.
30일 <한겨레>가 대형 학원들의 누리집을 살펴본 결과, 강사들의 교재와 강의 이름에 있던 ‘킬러’라는 표현이 다른 표현으로 줄줄이 바뀌거나 사라지고 있었다.
최근 한 수학 강사의 ‘준킬러 N제’ 강의는 ‘준힐러 N제’로 이름이 바뀌었다. ‘킬러’ 대신 온라인 게임에서 주변 동료들의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캐릭터인 ‘힐러’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일부 강사들의 교재와 강의에서는 아예 ‘킬러’라는 표현이 빠지기도 했다. 한 화학 강사는 기존의 ‘킬러문항 극복 특강’을 ‘양적계산 중화반응 극복 특강’으로 이름을 바꿨고, 또 다른 생명과학 강사는 기존의 ‘캐치킬러’ 강의를 ‘캐치로직’으로 바꾸기도 했다. 한 물리 강사는 ‘기특 킬러 완전 정복’에서 ‘기특한 완전 정복’으로 강의 이름을 바꿨다.
이는 정부가 사교육 시장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따라 벌어지는 풍경이다. 교육부는 지난 22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2주간을 사교육 이권 카르텔과 허위·과장 광고 등 학원의 부조리에 대한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며 집중 단속에 들어갔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사교육 시장 카르텔 비위 의혹에 대해 ”사법적인 조처가 필요하다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지 이틀 만인 지난 28일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시작됐다. 몸을 사리는 학원가에서 ‘킬러’라는 표현부터 지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교재나 강의 이름이 갑자기 바뀌면서 수강생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생이 학원 누리집에 강의 이름을 바꾼 배경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님의 말로 킬러(문항)가 안 나온다고 해서 (강의에서) 킬러라는 이름을 바꾼 건가요? 왜 교육과정(커리큘럼)에서 (킬러라는 표현이 들어간 강의가) 빠진 건가요”라고 묻자 한 강사는 “출제 경향 때문에 강의 이름을 수정한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또 다른 학생도 학원 누리집에 “킬러라는 이름을 다 바꾼 것 같은데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본사 방침”이라는 강사 쪽의 답변이 달리기도 했다.
한 학생이 “강의가 바뀐 것인지 책을 새로 사야 하는지 헷갈립니다. 다 사놨는데 다시 사야 하는 건가요”라고 묻자 강사 쪽이 “동일한 게 맞다. 그대로 수강해주면 된다”고 설명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수능을 불과 5개월 앞두고 벌어지는 풍경에 온라인에서는 “지금 인강 강사들 교재나 강의 같은 교육과정(커리큘럼)명에 ‘킬(Kill)’이라는 단어 들어간 거 다 빼고 있다고 한다. 난리났다”, “킬러(문항) 쓰지 말라고 해서 (학원가에서 강의 이름을) 힐러로 바꾼 게 웃프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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