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50층·북한산 턱밑에 15층…꾹꾹 눌렀던 서울이 살아난다
개발 막혔던 북한산 일대
노후 저층주택 최대 호재
도봉 럭키·극동·신동아 등
아파트 리모델링 길 열려
서여의도 최고 50층 허용에
글로벌 금융중심지 조성 속도
“서초역~교대역 대로변 상가
사업성 좋아져 개발 살아날 듯”
반면 여의도공원 건너편인 동여의도는 용지 면적 대비 12배(용적률 1200%)까지 지을 수 있다. 이 지역에는 현재 파크원(333m), IFC(283m), 63빌딩(249m) 등 마천루가 즐비하게 들어차 있다. 공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야누스처럼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된 셈이다.
여의도가 이런 모습이 된 이유는 처음부터 잘못 세운 도시계획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당시 계획에 참여했던 고(故) 손정목 서울시립대 도시행정과 교수는 “미국 워싱턴 사례를 참고해 서여의도에 높이 제한을 걸었는데, 지금 보면 업무·상업지구로 계획된 여의도에는 맞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서울시가 8개 고도지구를 재정비한 이유는 현행 체계가 도시 여건과 시대 상황에 뒤떨어졌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1972년 남산 성곽길 일대에 고도지구를 처음 지정한 이래 남산·북한산·국회 등 주요 산과 주요 시설물 주변 을 고도지구로 지정해 관리해왔다. 지정 당시엔 필요성이 분명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높이 규제로 주변 지역과 개발 격차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고도지구에 해당하는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규제 개선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이 지역은 건축물 높이가 ‘20m 이하’로 제한되다 보니 7층 이상으로 건물을 지을 수 없었다.
사업성이 낮다보니 재개발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 지역이 노후화 하는 부작용이 컸다. 실제로 도봉구에선 7개 구역, 강북구에선 11개 구역이 재개발 가능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고도제한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져 2015년 전부 해제됐다. 도봉구는 전체 건축물 가운데 81.4%, 강북구는 66.4%가 30년 이상 노후 건축물인 상황이다.
서울시는 북한산 인근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건물높이 제한을 28m(약 9층)까지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정비사업을 추진하면 최대 15층(45m)까지도 완화할 방침이다. 다만 15층을 짓기 위해선 북한산 경관 보호를 위해 ‘경관관리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는 건물 폭이 넓어 산을 벽처럼 막으면 안되고 통경축을 확보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이번 조치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저층 주거지를 가로주택정비 사업 등으로 개발하는 모아타운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 도봉구 쌍문1동 모아타운 사업지 2곳과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해 재개발 계획안을 준비 중인 강북구 삼양동 소나무협동마을이 우선 혜택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봉구에 거주 중인 김 모씨(60)는 “서울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라며 “고도제한 때문에 개발이 막혀서 그동안 너무 각박하게 살아야 했다”고 토로했다.
1990년 북한산 주변 고도지구가 생기기 전에 건설된 15층 아파트들은 리모델링을 추진할 길이 열렸다. 도봉구 서울가든아파트(12층), 럭키아파트(15층), 극동아파트(14층), 신동아2~3단지(15층), 우성2차아파트(15층) 등이 대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단지들이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성공할 경우 3층 정도 더 올릴 수 있다”며 “18층까지 올리는 건 원칙적으로 가능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를 세계적 금융중심지로 만들려는 계획도 탄력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달 동여의도 일대 용적률 1200% 이상 완화, 높이 규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서여의도도 국회에서 가장 먼 여의도공원 주변은 최대 50층 안팎까지 고층 오피스를 지을 수 있게 되면서 동여의도와 불균형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를 기회로 신안산선·서부선 등이 들어서는 여의대로와 여의도공원 인근을 크게 뚫어 동여의도와 서여의도를 연결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고질병’으로 제기되던 동·서 여의도 단절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판교신도시를 기획한 홍경구 단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지상에 있는 여의도공원을 넓혀 녹지공간을 늘려야 한다”며 “동여의도와 서여의도 연계를 위해 무인자동차 등 스마트 모빌리티를 넣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도지구에서 제외된 서초구 ‘법원단지 주변 고도지구’와 구로구 ‘오류 고도지구’ 등도 선별적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법원단지 주변 고도지구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중앙지검이 국가 중요시설로 지정돼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주변 지역이 고도지구로 지정돼 있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법원단지 주변은 대부분 2종주거지역이고 반포미도·서초삼풍 등 근처 아파트는 고도제한이 걸리지 않았던 지역이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서초역과 교대역 사이의 상업지역은 개발 사업성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단 등이 모여 있는 오류·온수 고도지구는 경관 보호 목적이 아니라 과밀 개발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 고도지구로 지정됐던 곳이라 논란이 많았다. 이곳 높이는 20m로 제한되지만 바로 길 건너 아파트는 90~100m 높이로 개발되면서 형평성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개발업계에선 앞으로 지식산업센터 등으로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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