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목숨 걸고 번돈을 40% 떼다니…“차라리 중국배 탈래” 줄줄이 이탈
한국 원양어업 노하우 위축 우려 커져
실질소득 떨어지자 해외업체 이직 러시
한국이 쌓아온 원양어업 노하우와 어로 기술까지 함께 유출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업체들의 어획 생산성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원양산업 경쟁력 자체가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는게 업계의 애타는 호소다.
30일 매일경제가 한국원양산업협회로부터 단독 입수한 ‘선망선단 해외선사 승선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태평양 해역에서 37척의 참치 선망선을 운용 중인데 2020년 이후 최근 3년간 선장 37명 중 절반에 달하는 18명이 대만·필리핀·중국 등 3개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장까지 합하면 3년간 36명이 짐을 쌌다. 선망선에서 선장과 기관장은 선박 1척당 각각 1명이다.
국내 참치 선망선에서 10~20년 경력을 쌓은 뒤 대만 등 3개국으로 옮겨가 활동 중인 한국인 선장·기관장은 2019년 6월 38명(선장 29명·기관장 9명)에서 2023년 6월 77명(선장 49명·기관장 28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현재 3개국이 태평양에서 운용하는 참치 선망선은 총 61척으로 이 가운데 무려 80%(49척)를 한국인 선장이 이끌고 있다는 뜻이다. 태평양 해역의 국내 참치 선망선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해기사 189명 가운데 선장은 37명, 기관장 37명이다.
참치 어획에서는 망망대해에서 어군이 형성된 곳을 찾는 선장의 능력이 관건이다. 시간당 60~80㎞로 움직이는 참치떼의 이동 경로를 예측해 투망할 수 있는 노하우에 따라 어획량이 크게 달라진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선장은 수년간의 승선 경험으로 숙련된 기술이 필요한 직업”이라며 “어획 관련 기술뿐만 아니라 전체 선원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리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고경력 해기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국내 원양업계의 생산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수출실적도 크게 악화하는 모양새다. 한국원양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참치 수출액 규모는 2017년 4억527만달러에서 2021년 2억9715만달러로 24.7% 감소했다. 신현애 한국원양산업협회 해외협력본부장은 “참치는 원양산업 중에서도 가장 시장성이 높은 분야로 국가별 경쟁이 치열한데 핵심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는 고경력 전문인력이 해외로 유출되고 승선 기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신규 인력 유입까지 줄고 있어 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상급 해기사들이 외국 국적선으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에서의 높은 세금 부담 탓이다. 연봉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으로 대만 등 외국과 비교해 적지 않은 편이지만, 원양어업처럼 국외 근로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가 2013년 이후 10년이 되도록 월 300만원 수준에 그쳐 외국 국적선을 승선했을 때와 비교해 실질소득이 크게 떨어진다.
반면 영국·프랑스·독일 등은 1년 중 183일 이상 승선한 선원에 대해서는 소득 전액을 비과세 적용한다(독일은 독일 내 법적 주소지가 없는 경우). 스페인은 국외 근로소득에 대해 연간 최대 6만100유로까지 비과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철중 한국해운협회 해무팀장은 “대만 에버그린에 따르면 대만 선원들 역시 국외 소득을 100% 비과세 소득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양업계 관계자는 “원양어선원들은 1년 내내 배 위에서 어획 활동을 하고 내륙에 돌아와 3~6개월을 쉬고 다시 1년간 바다를 누비길 반복한다”며 “세금 감면을 통해 해외에서 어렵게 일하면서 국가 경제와 식량안보에 이바지하는 공로를 인정해 외국으로의 유출을 막고 신규 인력 유입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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