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환, 딸에게 못 사준 자전거에 담긴 '진심' [인터뷰]
"장동윤과 호흡 잘 맞았다"
배우 오대환에게는 7만 8천 원의 무게가 무척이나 무겁게 느껴졌던 시절이 있다. 무명 시절의 오대환은 딸이 원하던 자전거를 사줄 수 없었는데 이 일은 여전히 그의 가슴속에 깊이 남아 있다. 당시 아버지로서 자신의 자격을 의심하기까지 했단다.
그러나 가족들의 응원 속에서 오대환은 결국 빛을 보게 됐다. 오랜 시간 내공을 쌓아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들을 해줄 수 있게 됐다. 10년 넘는 무명 기간을 겪었지만 오대환은 "난 운이 좋다. 일찍 성공한 편이다"라고 말한다. 겸손함과 긍정적 태도는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오대환은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영화 '악마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악마들'은 검거의 순간 서로의 몸이 바뀐 희대의 살인마 진혁과 형사 재환의 대결을 그린 보디 체인지 액션 스릴러다.
적은 예산·촉박한 시간 이겨낸 '악마들'
오대환은 광수대 소속 형사 재환을 연기했다. 광역수사대 형사와 형사의 몸을 빼앗은 살인마로 1인 2역을 펼치는 모습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전망이다. 시나리오를 본 순간 오대환은 반전에 매료됐고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고 느꼈다. 물론 적은 예산, 촉박한 시간 탓에 걱정도 많았다. 오열 장면마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돌아가신 아버지 사진을 보고 슬픈 음악을 들으며 빠르게 감정을 끌어올려야 했다. 그러나 어려움을 이겨내고 만든 영화에 대한 만족감은 크단다. "VIP 시사회를 하고 나서 스태프분들, 감독님, 배우들이 다 같이 박수를 쳤다. '이 정도면 됐다' 싶었다"는 게 오대환의 설명이다. 열정 있는 연기자들과 제작진이 똘똘 뭉쳐 호흡한 덕에 시나리오의 매력을 잘 담아낸 작품이 탄생했다.
장동윤은 진혁 역을 맡아 오대환과 호흡을 맞췄다. 오대환은 장동윤에 대해 "나와 잘 맞았다"고 말했다. 과거 1인 2역 연기와 관련해 장동윤과 대화도 나눴다. '상대의 말투를 따라 해야 하나' '음색을 비슷하게 해야 하는 건가' 등의 고민 끝에 오대환은 장동윤에게 "네가 아무리 내 말투를 하려고 해도 안 될 거다. 나도 마찬가지다. 설령 그렇게 한다 해도 연기할 때 불편함이 있을 거다. 내 목소리, 말투가 아닌데 어떻게 편하게 연기를 하겠냐. 차라리 캐릭터에 몰입해서 우리가 하게 쓸 수 있는 말로 연기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억지로 악마처럼 보이거나 선한 느낌으로 연출하려는 느낌을 지워낸 덕에 '악마들'에는 자연스러움이 더해졌다.
오대환의 가족들
'다른 사람과 몸이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는 많은 이들이 한 번쯤 해본 상상이다. 실제로 오대환이 타인과 몸이 바뀐다면 누가 가장 먼저 그 사실을 알아채 줄까. 네 아이의 아버지인 오대환은 큰딸을 꼽았다. 그러면서 "큰딸이 중2병을 심하게 앓은 뒤 관계가 좋아졌다. 내 상태를 잘 알아채는 듯하다. 촬영 때문에 지친 날에는 딸이 '아빠, 오늘 힘들었어? 피곤해 보이네'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큰딸과 최근 영화 '남은 인생 10년'을 봤는데 마음 찡해지는 장면에서 자신과 함께 눈물 흘리는 그를 보며 '공감하고 있다'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꼈단다. 일본 여행을 갔을 때는 딸과 손을 잡고 다녔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오대환은 아이들에게 친구 같은 아빠다. 잘 놀아주고 가족 여행도 많이 다니려고 한다. 예식장에도 함께 간다. 그는 "아버지가 그렇게 못 해주셔서 한이 됐다. '우리 아빠처럼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학교 가기 너무 싫다"고 말한다면 검정고시를 시킬 마음도 있다. 큰딸에게 "학교 다니기 싫으면 검정고시 봐. 아빠는 괜찮다니까. 너 빵 만드는 거 좋아하지? 빨리 기술 배워. 아빠가 빵집을 차려주면 우리가 노후에 같이 하면 되잖아. 아빠는 정말 좋아"라고 이야기한 적도 있단다. 오대환은 "난 열려 있는 부모가 아니라 내려놓은 것"이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그의 목소리와 눈빛에는 아이들을 향한 애정, 진정으로 존중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무명 시절의 아픔
오대환이 대중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계기는 2016년 방영된 OCN 드라마 '38 사기동대'였다. 아내는 무명 시절의 그를 응원해 줬다. 벌이도 적고 들쑥날쑥했을 때 아내가 "내가 일하겠다. 넌 그냥 연기해라"라고 이야기했단다. 그리고 오대환은 2년 전 아내에게 "이제 일을 그만둬도 될 것 같다. 생활비를 더 줄 수 있다"고 말하게 됐다. 그러나 그전까지는 어려움도 많았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데 둘째가 자전거를 사달라고 했다. 7만 8천 원 정도 했던 듯하다. 그 돈이 없었던 건 아닌데 사용하면 공연장 갈 때 교통비에 문제가 생겼다. 빠듯하게 살 때였다. 그 자전거를 못 사줘서 되게 많이 아팠다. 아버지로서 내 자격도 의심했고 자괴감이 들었다"는 게 지난날에 대한 오대환의 이야기다.
그러나 결국 오대환은 빛을 보게 됐고 막내를 영어유치원에 보낼 여력도 생겼다. 개봉을 앞둔 '악마들'에서는 당당하게 주연을 맡았다. 오대환은 10년 넘는 자신의 무명 기간이 길지 않았다면서 "난 운이 좋다. 일찍 성공한 편이다"라고 긍정적인 면모를 보였다. 여전히 주연인지, 조연인지를 구분 짓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에게는 "저 배우가 나오면 재밌어. 연기 잘해"라는 말이 최고의 칭찬이다. 오대환은 더 많은 관객들에게 웃음, 감동, 혹은 짜릿함을 전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중이다.
오대환이 출연하는 '악마들'은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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