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넘게 안팔려요"···시들해진 '짠테크'에 중고 거래도 줄었다
번개장터 16% 세컨웨어는 40% '뚝'
엔데믹 속 '놀이문화' 사그라들고
해외명품·생필품 소비 쏠림 영향
중고 거래 플랫품 새 수익모델 모색
일자리 소개 등 지역 네트워크 강화
알뜰택배·편의점 픽업 서비스 실시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홍 모(40) 씨는 퇴근길에 당근마켓을 이용한 중고 거래가 소소한 재밋거리 중 하나였다. 지난 팬데믹 기간에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결심한 후 선물로 받았지만 필요 없는 화장품부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운동 용품까지 동네 주민들과 만나 중고 거래로 처분해 용돈을 쏠쏠히 모았다. 하지만 올봄부터 판매글을 올려도 사겠다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급감했고 지난 두 달 동안 단 한 건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홍 씨는 “거래가 안 되니 재미가 없다”며 “얼마 전부터는 아예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을 열어보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고 거래가 재미까지 갖춘 알뜰 소비 트렌드로 부각되면서 관련 시장이 지난 2~3년 새 급성장했지만 최근 시장에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짠테크’ ‘펀테크’ ‘리셀테크’ 등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종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중고 거래가 활황을 보였지만 고물가 지속에 가계 부담이 커지자 중고 거래마저 줄이는 분위기다. 이에 중고 거래 플랫폼들은 자영업자 카운셀링, 브랜드 재정비, 택배 할인 등을 통해 이용자들의 관심을 다시 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30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플랫폼 1위 당근마켓의 올해 5월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1543만 2605명으로 1년 전(1670만 명) 대비 8% 감소했다. 번개장터는 205만 6000명으로 16% 줄었고 중고나라(-4%)와 세컨웨어(-40%)도 이용자가 쪼그라들었다.
중고 거래가 점차 줄어드는 것은 소비 위축과 무관하지 않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7로 4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지만 ‘불황형 소비’ 패턴에 따른 것이라는 게 유통 업계의 중론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온라인 유통 채널의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5월 11%에서 올해 5월 7.9%로 감소했고 오프라인은 9.3%에서 3.7%로 줄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모두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내수가 부진했던 2019년 수준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소비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 백화점에서는 일부 명품군과 필수 소비재만 팔리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극명하게 자리 잡았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한 식품 부문”이라며 “일부 상위 소비와 필수 소비재 수요만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고 거래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자 관련 업체들은 새로운 생존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시장이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어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엔데믹에 접어들며 중고 거래에 대한 재미도 줄고 사기 등으로 인한 ‘불신 경험’도 소비자들 사이에서 자리 잡았다”며 “현재 포화 상태에 접어든 중고 거래 시장이 다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경쟁력인 위치 기반 서비스를 중심으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벗어나 자영업자를 도와주는 서비스부터 아르바이트 모집 등 지역 커뮤니티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유사 플랫폼들과 달리 당근마켓은 동네 인증을 거쳐 최대 7~10㎞ 내 사용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다. 이를 기반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홍보·마케팅 플랫폼 비즈프로필을 도입하거나 ‘당근알바’를 통해 일자리를 소개하는 등 소규모 권역별 네트워크 기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번개장터는 편의점들과 손을 잡고 ‘GS25 반값택배’ ‘CU 알뜰택배’ 등을 론칭하며 비용 절감에 나섰다. 이 택배 서비스는 각 편의점들이 자체 물류망을 활용하기 때문에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번개장터 앱과 연동해 이용자들의 편의성도 높은 편이다. 이름·주소·전화번호 등 기본 정보를 비롯해 배송 현황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 거래 신뢰도도 끌어올렸다.
‘유통 공룡’ 롯데가 인수한 중고나라는 세븐일레븐을 오프라인 채널로 확보했다. 세븐일레븐 매장에서 중고 거래를 할 수 있는 ‘편의점 픽업 서비스’를 론칭했다. 비대면 거래가 가능하고 사기 등의 범죄를 예방할 수 있으며 반값 택배와 달리 비용이 무료다.
또 헬로마켓은 올해 3월 세컨웨어로 사명을 변경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중고 패션으로 명확히 했다. 기존에는 물품의 종류와 상관없이 중고 거래를 유치하는 데 주력했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가 가파른 중고 패션 시장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하이마트(071840)는 이용자 부진 등의 이유로 하트마켓에서 지난달 개인 간 중고 거래 사업을 아예 중단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엔데믹으로 인해 경제가 회복이 되면 중고 거래는 앞으로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중고 거래 업체들이 또 다른 수익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see1205@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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