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의견 90% 반대에도···방통위 다음달 5일 ‘수신료 분리징수’ 의결
방송통신위원회가 다음달 5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전기요금과 TV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에 대통령실의 권고가 전달된 지 약 한 달 만이다. 역대 가장 짧은 10일간의 입법 예고 기간 동안 접수된 의견 중 90%가 수신료 분리징수를 반대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0일 수신료 분리징수 내용을 담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3일 방통위 상임위원 비공개 간담회에 올리기로 했다. 여권 추천 상임위원(김효재, 이상인 상임위원)이 2명, 야권 추천 상임위원(김현 상임위원)이 1명인 현 방송통신위원회 구조상 큰 이변이 없으면 오는 5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되고, 심의·의결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시행령이 공표와 동시에 시행될지, 공표 뒤 일정 기간을 두고 시행될지도 결정된다. 이후 법제처 자구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면 대통령이 재가해 시행령이 시행된다. 다만, 시행령이 공표되더라도 한국전력이 분리징수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추가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한국전력은 2024년까지 KBS의 수신료 징수를 대행하도록 계약을 맺었다.
수신료 분리징수가 ‘속전속결’로 진행되는 배경에는 대통령실 국민 제안 홈페이지에서 진행됐던 ‘국민 참여 토론’이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3월9일부터 4월9일까지 한 달간 수신료 분리징수에 대해 국민 제안 홈페이지에서 의견을 수렴한 결과 총 5만8251건 중 96.5%가 ‘추천’을 눌렀고, 3.5%가 ‘비추천’을 눌렀다며 방통위와 산업통상자원부에 “‘수신료 통합징수 방식’에 대한 국민의 불편 호소와 변화 요구를 반영하여, 분리징수를 위한 관계 법령 개정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위한 이행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 16~26일 이례적으로 10일간만 이뤄졌던 입법 예고에 나온 입법의견은 약 90%가 반대의견이었다.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에 따르면 총 4746건의 입법 의견이 접수됐고, 이 중 분리징수 찬성은 391건(8.2%), 분리징수 반대는 4234건(89.2%), 찬반 불분명은 121건(2.6%)였다. 김현 상임위원은 지난 28일 입장문에서 “대통령실 국민 제안 의견 수렴 결과와 상반된 국민 의견이 확인된 만큼, 국민, 전문가, 방송종사자, 한국전력공사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 등을 실시해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방송법 시행령안을 조정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8일 회의에서 김 위원은 김효재 위원장 직무대행에 공청회 등에 대한 협의를 요청했고 김 직무대행이 이를 수용했다.
김현 위원은 30일 다시 입장문을 내 “아무런 협의나 보고 없이 오는 3일 간담회, 5일 위원회 회의 안건으로 상정했음을 통보받았다”라며 “입법 절차를 요식행위로 만들고 밀어붙이는 강박”이라고 주장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media/article/202306201036001
https://www.khan.co.kr/politics/president/article/202306150600001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국민토론 때와 달리 입법의견을 낼 때는 수신료 분리징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다양한 정보가 제공된 상태고, ‘좋아요’ 뿐 아니라 구체적인 논리를 갖추고 작성된 댓글도 많다”라며 “국민토론과 입법의견 어느 것도 정책 근거가 될 수 없지만 다르게 취급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령 개정안은 장기간 유보하고 공영방송의 재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 기본 논의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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