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stuff] 스카르파 스핀 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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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화대종주를 떠나게 됐다.
스카르파의 스핀 플래닛을 신고 지리산을 누볐다.
285mm 사이즈 기준 스핀 플래닛의 무게는 355g이다.
비에 젖은 대원사 너덜바위와 흙 알갱이로 덮인 지리산 여러 능선에서도 스핀 플래닛은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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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화대종주를 떠나게 됐다. 2박 3일 동안 46km를 걷는 일정이었다. 이 정도의 장거리 산행은 처음이었다. 대책이 필요했다. 비타민, 음식, 코스 및 일정… 여러 가지를 체크하던 중 한 가지가 앵앵대는 모기처럼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바로 '무게'다.
지금까지 나는 산에 다닐 때 무겁게 다녔다. 1박 이상 산행의 경우, 카메라 등 챙길 것이 많아 매번 20kg나 되는 배낭을 메고 산행했다. 신발은 늘 발목까지 오는 중등산화를 신었다. 하지만 이대로 지리산에 갔다간 중간에 퍼질 게 분명했다. 변화를 주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나는 중등산화를 벗고 트레일러닝화를 신었다.
스카르파의 스핀 플래닛을 신고 지리산을 누볐다. 이 신발은 '등산할 땐 중등산화!'라는 나의 고정관념을 박살 냈다. 285mm 사이즈 기준 스핀 플래닛의 무게는 355g이다. 기존에 신던 중등산화는 약 800g이었으니 모래주머니를 벗은 것 같았다. 발이 가벼우니 피로도가 덜했고, 더 빠르고 더 멀리 갈 수 있었다.
트레일러닝화 중에서 가벼운 편은 아니다. 하지만 트레일러닝화로써 무겁다는 단점은 튼튼하다는 것으로 커버된다. '이거, 일반 등산화에 비해 잘 망가지고 미끄럽지 않을까...?'란 걱정은 기우였다. 비에 젖은 대원사 너덜바위와 흙 알갱이로 덮인 지리산 여러 능선에서도 스핀 플래닛은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했다. 발목을 은은하게 감싸는 V자 모양의 혀와 발을 보호하는 튼튼한 토캡과 힐컵 덕분에 내 발은 다친 곳 하나 없었다.
서울에 돌아와서도 이것을 신었다. 한강을 뛸 때도, 자전거를 탈 때도, 심지어 마트나 회사에 갈 때도 스핀 플래닛은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처럼 내 발에 찰싹 붙어있었다. 나는 이 신발을 신고 총 100km 정도 달리고 걸었다. 이쯤 되면 아웃솔이 닳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멀쩡했다. 발수력과 통기성도 괜찮았다. 비 오는 날에 신어도 덜 젖고 빨리 말랐다. 이 신발을 만나고 나는 진흙탕 공포증도 극복했다.
장거리 산행을 가볍게 즐기고 싶다면 이걸로도 충분하다. 적당한 쿠션감의 미드솔과 튼튼한 내구성이 중장거리 산행에 날개를 달아준다. 발볼이 넉넉하게 제작됐다. 누가 신어도 잘 맞을 것이다. 발이 붓는 저녁에도 큰 불편함이 없다는 것 역시 이 신발의 또 다른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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