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기안84, 지상파 여행물로 시청률 올릴 수 있는 마지막 보물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지상파의 여행프로그램은 EBS ‘세계테마기행’과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 정도가 살아있다. 갈수록 지상파의 힘이 분산되는 시점에서 여행 예능을 만들기도 쉽지 않다.
지상파 예능 PD들은 연예인들로 여행 등 리얼리티 예능을 만들어 시청률을 올리는 게 정말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Tvn ‘텐트밖은 유럽’ 등 케이블 채널 제작진들은 팬데믹 이후 여행이 포함된 예능이 아직 시장가치가 있다고 보고 머리를 싸매고 있다.
웹예능이자 ENA 여행예능 ‘지구마블 세계여행’은 아예 3가지가 없음을 표방했는데, 그 첫번째가 연예인이며, 여행계획과 사전섭외(사전답사), 여행관련정보가 그 다음이다.
여행프로그램의 스테디셀러가 된 EBS ‘세계테마기행’과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는 교양예능이다. 여행의 고전이랄 수 있다. 여행판 베토벤과 모짜르트급이다.
그런데 지상파에서 여전히 여행프로그램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는 곳이 있다.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다. 시즌1 시청률이 3.5%~5.2%, 시즌2가 4.7~5.4%이며 화제성은 훨씬더 높다. MBC 토요예능 ‘놀면 뭐하니’가 4%대에서 3%대로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이는 선전하고 있는 수치임을 알 수 있다.
남미를 무작정 떠난 시즌1은 이시언과 빠니보틀이 함께 하고, 인도로 떠난 시즌2는 덱스, 빠니보틀(합류 예정)과 함께 하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최고지분은 웹툰 작가인 기안84가 가지고 있다. 기안84를 놓고 ‘태계일주’를 기획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안84는 6월 4주차 굿데이터 TV-OTT 비드라마/쇼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2위와 9위에 올랐다.(1위는 ‘하트시그널’의 신민규)
기안84에게 가장 먼저 놀랐던 점은 인천공항에 나타난 그의 단촐한 짐이다. 남미나 인도를 2주간 다녀올 거라면 최소한 바퀴 4개 달린 여행가방캐리어는 가지고 올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테니스 가방 같은 가벼운 여행가방 하나를 달랑 들고 왔다. 그속에는 속옷여분 1장, 양말 3켤레, 옷 두벌, 꽃남방, 치솔과 치약이 있었다.
기안84의 최고 장점은 현지에서 스며들기다. 완벽하게 현지화되는데 10분도 안걸린다. 손으로 카레를 먹는 건 기본이다. 영적인 도시 바라나시의 갠지즈강에 풍덩 하고 들어갈 때는 인도사람보다 더 인도인 같았다. 인도의 어린 친구들과 수영대결을 벌이며 금세 친해진다.
마니까르니까 화장터에서 망자의 화장의식이 거행되는 모습을 본 기안84는 “좀 허무하네. 3시간이면 다 타서 없어진다는 게, 뭔가 좀 내려놓게 된다”고 말한다.
배를 함께 탄 현지인의 초대를 받아 다음날 저녁에 갔던 결혼식장에서는 하객중 가장 잘 놀았다. 기안84가 춤을 현란하게 추다 힘이 빠져 내려오니까, 함께 춤을 추던 인도인이 흥이 빠지는 것 같아 기안84의 팔을 잡고 다시 무대에 올린다. 한 스테이지를 더한 것이다. 기안84는 빨리 발리우드 진출을 선언해야 할 것 같다.
마사지사에 붙들려 덱스와 집단 마사지를 받는 광경은 올해 내가 예능에서 본 장면 1위다. 덱스에게 4명, 기안84에게 5명, 도합 9명의 초호화 마사지를 받은 두 사람은 마사지로 기가 다 빨려버렸다.
남미의 볼리비아 산간지방의 외딴집에 사는 포르티 씨의 가정을 방문해 마당에서 텐트를 치고 자고, 수돗가에서 비누도 없이 찬물로 머리를 감고 수건으로 툭툭 털어버리는 기안84를 보면서 나도 배우는 게 많다.
기안84의 여행은 어디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으며, 어디에서 묵을지에 대한 기존관념을 무력화시킨다. 이걸 상품으로 묶은 게 패키지 여행이다. 자유여행(FIT)은 패키지 여행과는 다르지만, 지역에 따라 정형화된 경우도 많다.
그런 환경에서 기안84가 보여주는 여행법은 기존 틀을 벗어나 참신한 재미를 준다. 뿐만 아니라 바가지를 쓰고도 툭툭 털어버리고마는 수더분함은 보기에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현지인들과 더 편하고 친근하게 어울릴 수 있다. 기안84와 덱스가 현지 젊은 고수들과 레슬링 경기를 펼친 것도 재밌게 시청할 수 있었다.
기안84와 덱스의 3가지 공통점은 무계획, 무걱정, 운동이다. 약간 불안할 것도 같은데도, 별로 게의치 않는다. 가벼운 짐의 기안84와 28㎏ 배낭을 매고 온 덱스는 인도 현지 문화를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다. 이들의 솔직하고 날 것의 표정과 감정들은 시청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이렇게 만들면 재방송도 흥행이 된다.
시청자들이나 패널들도 “기안은 찐이다. 보면서 소름이 돋는다” “순수 재미 1티어”와 같은 반응이다. 기안84는 ‘나혼자 산다’에서 가끔 논란도 있었지만 나의 여행 사부님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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