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만에 대못 뽑혔다 " 쌍문·미아동 노후주택가 개발 청신호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3. 6. 3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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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옆에 15층 허용 … 규제완화로 도심 개발 촉진
"서울이라 하기 부끄러웠는데"
재개발·리모델링 빨라질듯
15층 규제 묶인 국회앞 일대
50층 허용해 개발 불균형 해소
서초법원단지는 고도지구 해제
교대역 주변 상가 개발 수혜

◆ 서울시 고도제한 완화 ◆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서여의도 건물 높이가 현행 50~65m에서 75~170m로 대폭 완화된다. 이에 따라 동여의도에 집중됐던 고층 오피스 개발이 서여의도에서도 가능하게 됐다. 사진은 뒤편 동여의도 빌딩을 배경으로 낮은 건물이 밀집한 서여의도 일대 전경. 한주형 기자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KBS에 이르는 1㎞ 구간인 서여의도는 국회의사당 앞이라는 이유로 30년 넘게 고도지구로 묶였다. 그 결과 건물을 최고 55m(한강변은 65m), 15층 정도까지만 지을 수 있도록 허용됐다.

반면 여의도공원 건너편인 동여의도는 용지 면적 대비 12배(용적률 1200%)까지 지을 수 있다. 이 지역에는 현재 파크원(높이 333m), IFC몰(283m), 63빌딩(249m) 등 마천루가 즐비하게 들어차 있다. 공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야누스처럼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된 셈이다.

여의도가 이런 모습이 된 것은 처음부터 잘못 세운 도시계획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당시 도시계획에 참여했던 고(故) 손정목 서울시립대 도시행정과 교수는 "미국 워싱턴 사례를 참고해 여의도에 높이 제한을 걸었는데, 지금 보면 업무·상업지구로 계획된 여의도에는 맞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서울시가 8개 고도지구를 재정비한 것은 현행 체계가 도시 여건과 시대 상황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1972년 남산 성곽길 일대에 고도지구를 처음 지정한 이래 남산·북한산·국회 등 주요 산과 주요 시설물 주변을 고도지구로 지정· 관리해왔다. 지정 당시에는 필요성이 분명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높이 규제로 주변 지역과 개발 격차가 심해진 것이다. 고도지구에 해당하는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규제 개선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이번 고도지구 재정비에 따라 개선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곳은 강북구와 도봉구가 포함된 북한산 일대다. 1990년 고도지구로 지정된 이 지역은 면적이 355만7000㎡에 이른다. 도봉구 도봉·방학·쌍문동과 강북구 미아·우이·수유동 일대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서여의도 건물 높이가 현행 50~65m에서 75~170m로 대폭 완화된다. 이에 따라 동여의도에 집중됐던 고층 오피스 개발이 서여의도에서도 가능하게 됐다. 사진은 뒤편 동여의도 빌딩을 배경으로 낮은 건물이 밀집한 서여의도 일대 전경. 한주형 기자

이 지역은 건축물 높이가 '20m 이하'로 제한되다 보니 7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없었다. 이에 사업성이 낮아져 재개발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면서 지역이 노후화하는 부작용이 컸다. 실제로 도봉구에선 7개 구역, 강북구에선 11개 구역이 재개발 가능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고도제한 때문에 사업성이 떨어져 2015년 전부 해제됐다. 도봉구는 전체 건축물 가운데 81.4%, 강북구는 66.4%가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다.

서울시는 북한산 인근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 대해 건물 높이 제한을 28m(약 9층)까지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정비사업을 추진하면 최고 15층(45m)까지도 완화할 방침이다. 다만 15층을 짓기 위해서는 북한산 경관 보호를 위해 '경관 관리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는 건물 폭이 넓어 산을 벽처럼 막으면 안 되고 통경축을 확보하라는 내용 등이 담겼다"고 말했다.

지역주민들은 이번 조치로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저층 주거지를 가로주택 정비사업 등으로 개발하는 모아타운 활성화 효과가 기대된다. 도봉구 쌍문1동 모아타운 사업지 2곳과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해 재개발 계획안을 준비 중인 강북구 삼양동 소나무협동마을이 우선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도봉구에 거주 중인 김 모씨(60)는 "서울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낙후된 지역"이라며 "고도제한 때문에 개발이 막혀 그동안 너무 각박하게 살아왔다"고 토로했다.

1990년 북한산 주변 고도지구가 생기기 전에 건설된 15층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추진할 길이 열렸다. 도봉구 서울가든아파트(12층), 럭키아파트(15층), 극동아파트(14층), 신동아2~3단지(15층), 우성2차아파트(15층) 등이 대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 단지들이 수직 증축 리모델링을 하면 3층 정도 더 올릴 수 있다"며 "18층까지 올리는 건 원칙적으로 가능해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를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만들려는 계획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달 동여의도 일대 용적률 1200% 이상 완화, 높이 규제 폐지 등 내용을 담은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로 서여의도 역시 국회에서 가장 먼 여의도공원 주변은 최고 50층 안팎까지 고층 오피스를 지을 수 있게 되면서 동여의도와 불균형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도지구에서 제외된 서초구 '법원단지 주변 고도지구'와 구로구 '오류 고도지구' 등도 선별적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법원단지 주변 고도지구는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중앙지검이 국가 중요시설로 지정돼 있지 않음에도 그 주변 지역이 고도지구로 지정돼 있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법원단지 주변은 대부분 2종 주거지역이고 반포미도·서초삼풍 등 근처 아파트는 고도제한이 걸리지 않았던 지역이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서초역과 교대역 사이 상업지역은 개발 사업성이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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