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노란봉투법 본회의 부의 늦었지만 환영…거부권 행사 말아야”

30일 국회에서 열린 제407회 국회(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본회의 부의의 건 통과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하청노동자의 사용자를 ‘원청’으로 규정하고 파업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가압류 청구를 방지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노동계는 늦게라도 국회가 법안을 본회의에 올린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원안과 달리 ‘노동자성 확대’ ‘개인 대상 손배청구 금지’ 등 주요 조항이 빠진 점은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30일 기자와 통화에서 “수백만 하청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을 보장하는 첫 번째 법률안”이라며 “하청노동자의 실제 사용자가 원청이라는 판결들이 10년도 전부터 있어온 만큼 너무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회가 법안을 마련해 표결에 부치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투표에 참여한 184명 중 174명 찬성으로 노란봉투법을 본회의에 부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하며 불참했다. 여야는 향후 표결 시기 등을 논의한다.

한 대변인은 “손해가압류는 사용자의 재산권 보전이라는 목적과 다르게 노조를 방해하고 노동자들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수단으로 악용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매일 말하듯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기를 원한다면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쟁의행위는 노동자의 권리이지만 현재 노조법상 ‘합법적 쟁의행위’는 사실상 불가능했고, 간접고용노동자들은 교섭을 위해 ‘진짜 사장’을 만나기도 어려웠다”며 “정부는 ‘불법파업 조장법’이라며 법안 취지를 왜곡하지 말고 법 시행을 위해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관계자들과 야당 의원들이 지난 29일 서울 국회 본청 계단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변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여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노란봉투법을 두고 “(앞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다른 두 법안보다)조금 더 심각하게 볼 필요가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노란봉투법은 쌍용자동차 구조조정 반대 파업으로 47억원의 손배를 떠안은 노동자들에게 2014년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담은 성금을 전달한 ‘노란봉투 캠페인’을 계기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6~7월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과 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470억의 손배 소송을 당하면서 법 제정 노력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후에도 하이트진로 화물기사 파업, 화물연대 파업 등 주요 쟁의행위 때마다 노란봉투법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국민들의 찬성 여론도 높다.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9일~14일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직장인 73.5%가 ‘사용자 범위를 넓히는 노조법 2조 개정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85.8%는 원·하청 노동자 간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환노위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거치면서 법안이 원안보다 후퇴한 점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는 지난 2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법상 노동자성을 확정하는 노조법 2조 1호가 개정안에서 빠졌고, 단순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금지하고 조합원 개인의 책임을 면제하라는 요구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한 걸음 나아갔지만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