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이겼잖아" 결승 못가도 아들 말 뭉클
선수 잠재력 이끈 리더십
"선수들 오기로 결과 증명해
김지수 등 제자들 성장 기대
세심한 지도자로 기억되길"
김은중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 감독은 요즘 축구계에서 가장 바쁘다. 인터뷰와 홍보대사 위촉 등 각종 스케줄을 2주 넘게 매일 소화하고 있다. 그래도 김 감독은 행복하다. 지난달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2회 연속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끈 덕이다. 대회 때 시종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여 '포커페이스' '돌부처'로 화제를 모았던 그의 모습도 조금은 편안해 보였다.
30일 MBN '스포츠야' 녹화를 위해 매경미디어센터를 찾은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과를 냈기에 조금이나마 알려질 수 있는 기회라면 어디든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이 이끈 U-20 축구대표팀은 U-20 월드컵을 앞두고 유독 관심을 받지 못했다. 이전 세대에 비해 스타 선수가 없어 '골짜기 세대' '최약체'라는 오명을 썼다. 대회 장소도 개막 2개월여를 앞두고 인도네시아에서 아르헨티나로 바뀌어 준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게 도전한 U-20 월드컵 본선에서 김은중호는 큰 성과를 냈다. 조별리그에서 프랑스를 이겼고 16강전에서 에콰도르, 8강전에서 나이지리아를 누르고 4강에 올랐다.
김 감독은 "40여 일 동안 해외에 있어 가족들과 오래 떨어져 지냈다. 고등학생 딸이 '수고했다'면서 초등학생 아들이 나를 많이 기다렸다고 하더라.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4강 이탈리아전에서 우리가 지고 아내가 마음 아파하는데 아들이 '엄마! 그래도 많이 이겨서 괜찮아'라고 했다더라.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U-20 월드컵이 끝나고 느낀 가장 큰 변화로 선수들의 위상을 언급했다. 그는 "선수 21명의 이름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수가 활약했다는 걸 기억해준 사람도 많았다. U-20 월드컵 개막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장면"이라고 말했다.
조용히 준비해 이뤄낸 쾌거였다. 김 감독은 "원래 코칭스태프 회의 때 첫 목표로 세운 게 조별리그 통과였다. 그리고 16강전에서 모든 걸 쏟아붓고 8강까지 올라가는 걸 생각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더 큰 힘을 내더니 4강 신화를 만들었다. 선수들이 잘해줬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인터뷰 내내 '선수들' '팀'이라는 단어를 자주 꺼냈다. 그는 "성과를 낸 건 분명히 나 혼자 한 게 아니다. 대회 전 브라질에서 진행한 전지훈련부터 내가 계획하고 준비한 대로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묵묵히 노력한 평소 성격이 그대로 묻어났다.
무관심 속에도 김은중호는 차분하게 전력을 꾸렸다. U-20 월드컵에서 김은중호의 핵심 무기로 주목받았던 세트피스가 대표적이었다. 김 감독은 "(전지훈련지인) 브라질에서 모든 걸 만든 것처럼 생각하는데, 1년6개월 동안 차근차근 준비한 무기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갖고 있던 간절함이 컸다. 김 감독은 "4년 전 U-20 대표팀에는 이강인 같은 스타 선수들이 있었다. 반면 이번에 나선 선수들 중에서는 소속팀에서 경기를 못 뛴 선수가 많았다. 그래서 '여러분이 잘하면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며 독려해줬다. 선수들이 오기가 있었고 스스로 결과로 증명해냈다"고 말했다.
U-20 월드컵 브론즈볼(MVP 3위)을 받은 이승원(강원)을 비롯해 배준호(대전), 이영준(김천) 등 김은중호의 다양한 자원이 주목받은 건 이번 대회에서 거둔 또 다른 성과다. 특히 중앙 수비수 김지수는 지난달 27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인 브렌트퍼드와 계약했다. 김 감독은 김지수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 "좋은 무대에서 경쟁하다 보면 더 성장할 기회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3~4년 안에 성인 대표팀에서 뛸 재능도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조심스럽게 축구대표팀 중앙 수비 주축인 김민재와 함께 이른바 '김(KIM) 라인'을 기대했다.
물론 더 많은 제자들의 성장을 바랐다. 김 감독은 "대표팀을 해산하면서도 선수들에게 '이게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이 계속 경쟁하고 발전해야 한다. 해외에 나갈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가라"고 조언했다. 시스템적인 뒷받침의 필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김 감독은 "좋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쌓게 하는 주변 환경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리그 스타 플레이어 출신인 김 감독은 2015년 은퇴 후 지도자 길을 밟았다. 김 감독은 "선수 때 팬들의 사랑을 크게 받고 주변 도움을 많이 얻었다. 그때 얻은 경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고 싶은 마음에 지도자를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특정한 롤모델을 삼지 않고, 자신만의 리더십을 가꿔가고 있는 김 감독은 "어떤 환경에서든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간 지도자로 기억되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김 감독은 "U-20 월드컵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당분간 쉬면서 향후 거취를 모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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