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리튬ETF처럼 … 미래 이끌 테마는 '로보틱스·사이버보안'
◆ 매경 명예기자 리포트 ◆
기술 혁신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경제의 구조적 변화와 혁신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과거보다 더 중요해졌다. 혁신적인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발 빠르게 대비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어려움도 따른다.
한 가지 일화가 있다. 2010년 우리는 전 세계 운용사 가운데 처음으로 리튬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글로벌엑스 '리튬&배터리 테크 ETF'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우리는 모든 지수 사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지수 개발을 위해 협력하기를 원하는지 물었다. 상당수는 "리튬 ETF? 그게 뭐죠"라며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2010년 ETF를 상장하는 데 성공했고, 자산 규모가 32억달러(약 4조원)를 넘는 인기 상품으로 성장했다.
미래 경제를 이끌 핵심적인 테마의 잠재력은 크다. 청정에너지에 투자할 수 있는 테마도 그중 하나다. 중국에서는 2032년까지 청정에너지가 발전량의 거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2032년까지 풍력과 태양열 발전 용량이 각각 3배와 6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농촌의 청정에너지 프로젝트를 위해 110억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넷제로(온실가스 배출량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초석이 될 것이다. 미국의 청정에너지 전환은 빨라지고 있고, 기후산업 전반에 걸쳐 매력적인 투자 기회가 생길 것이다.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펀드는 유럽 ETF 시장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다.
나아가 로보틱스와 인공지능(AI)은 향후 각광받을 것으로 보이는 대표적인 테마다. 이 분야에 확신이 있는 이유는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인건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이다. 인건비가 저렴한 대표적인 나라로 꼽혔던 중국이나 인도 인건비가 최근 크게 상승하고 있다. 중국의 최저임금은 10년 전보다 20배 높아졌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들 국가는 노동 비용을 낮게 유지해야 하는데 이에 따라 로봇과 AI 의존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둘째, 고령화 추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일본만 보더라도 출생률이 현저하게 낮아지고 있고 일할 수 있는 인력 자체가 줄어들면서 로보틱스와 AI 솔루션이 더 필요해졌다.
셋째, AI 발전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진 것과 관련이 있다. 로보틱스가 일종의 몸이라면 AI는 두뇌 역할을 한다. AI가 성장하고 두뇌가 강력해지면서 로보틱스 성장세도 이와 맞물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이런 테마에 투자할 수 있는 로보틱스&AI ETF를 내놓기도 했다. 로보틱스에 강점이 있는 일본 기업의 편입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또 클라우드 컴퓨팅, 사이버 보안 같은 산업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대표적인 혁신 테마로 꼽을 수 있다. 사이버 보안은 우리가 확신을 갖고 있는 테마 중 하나다. 현재 144억개의 장치가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장치가 많을수록 취약한 지점이 더 많아진다. 우리 연구팀에서 수행한 분석에 따르면 5년간 전 세계 사이버 보안 지출은 1조5000억달러(약 1930조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떠오를 ETF 유망 시장은 3곳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은 전 세계 70%가량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4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고,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지만 혁신적인 ETF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유럽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고 ETF 성장 속도는 지금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또 젊은 인구를 바탕으로 ETF 시장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인도 시장을 꼽을 수 있다.
최근 투자자는 중국 시장에 투자하는 것을 우려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다양한 투자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본다. 특히 중국은 바이오테크, 전기차 부문에서 분명한 강점이 있다. 최근 중국의 의료 서비스, 에너지 관련 기업에 투자하고자 하는 투자자도 점차 늘고 있어 장기적으로 매력도가 높다.
루이스 베루가 대표
모건스탠리, 제프리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 자산운용, 인수·합병 경험을 쌓았다. 2014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글로벌엑스에 합류한 뒤 2018년부터 CEO를 맡고 있다. 글로벌엑스는 미래에셋그룹이 2018년 인수한 미국 ETF 전문 운용사다. 최근 순자산총액 50조원을 달성했다.
[김정범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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