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소수 인종 우대 정책…어떤 정책이고 왜 논란이 됐나[Q&A]

김유진·정원식 기자 2023. 6. 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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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29일(현지시간) 대학 입학 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이로써 1960년대 이후 60년 간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하고자 유지되어 온 정책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 정책이 무엇이고,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대입 시 소수 인종 우대 정책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29일(현지시간) 시민들이 대법원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Q.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이 뭔가.

A. 1961년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이 연방정부와 계약한 업체의 직원 선발 과정에서 인종과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린 데서 시작됐다. 후임인 린든 존슨 대통령은 1965년 연방정부 전체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 새 행정명령을 내렸고, 미국 내 각 대학도 소수인종 우대 입학 정책을 잇달아 도입했다.

이는 당시만 해도 고등교육 혜택을 받는 사람들의 절대다수가 백인, 그중에서도 해당 대학 동문을 친인척으로 둔 중산층 이상의 백인 남성들이었기 때문이다.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은 당초 백인 중심의 미국 사회에서 소외된 흑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로 출발했으며 이후 미국 원주민과 히스패닉 등 다른 소수 인종과 여성 등으로 대상이 확대됐다.

Q. 얼마나 널리 운영되고 있나.

A. 미국에는 3000개가 넘는 4년제 대학이 있지만 대부분은 한국처럼 입시 경쟁률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은 하버드와 아이비리그 등 소수의 엘리트 대학들이다.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은 이미 9개 주에서 시행이 금지되는 등 감소 추세에 접어들었지만, 미국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엘리트 대학들은 여전히 이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하버드 대학이 타깃이 된 것도 그 때문이다.

Q. 이 제도는 어떤 식으로 입시에 영향을 미치나.

A. 소수인종 우대 정책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합격 인원에 흑인과 히스패닉 할당량을 정해놓고 자격이 없는데도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합격시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종 쿼터제는 1978년 위헌이라는 미 연방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미 폐지된 지 오래다. 대법원은 또한 2003년 미시간대가 소수 인종 학생들에게 자동으로 20점의 가산점을 주도록 한 입학 전형에 대해서도 위헌 판결을 내렸다.

따라서 현재 소수 인종 우대는 여러 입시 평가 요소 중 하나로 인종을 포함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예를 들어 메릴랜드대의 경우 선발 전형에 수학능력시험(SAT) 점수와 내신 학업 성적, 지역사회 참여 등 26개의 검토 요소를 두고 있는데 인종과 민족이 그중 2가지 요소에 포함된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Q. 인종을 아예 고려해선 안된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뭔가.

A. 반대 입장의 핵심은 ‘역차별’ 주장이다. 흑인이나 히스패닉에게 가점을 줌으로써 성적이 더 우수한 지원자가 불이익을 본다는 주장이다. 소수 인종 우대 정책 폐기 판결을 내린 존 로버츠 대법관은 다수의견에서 “너무 오랫동안 대학들은 개인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기술이나 학습 등이 아니라 피부색이라는 잘못된 결론을 내려왔다”며 “학생들은 인종이 아니라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Q. 실제 역차별이 발생하고 있나.

A. 이를 명확히 수치로 뒷받침할 수 있는 공개된 자료는 많지 않다. 2016년 텍사스 대학에 입학을 거부당한 아비게일 피셔가 자신이 백인이라는 이유로 입학이 거부된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학 측은 인종 때문이 아니라 학업 성적 때문에 불합격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대법원은 대학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공정한 입학을 위한 학생들’(Students for Fair Admissions·SFA)은 성적 만으로는 아시아계 입학률이 40%가 넘어야 하지만, 흑인과 히스패닉에게 유리한 소수 인종 우대 정책 탓에 실제로는 10%대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 SAT의 지난해 인종별 평균 점수를 보면 아시아계 1229점으로 가장 높았고, 백인이 1098점으로 뒤를 이었다. 히스패닉은 964점, 아프리카계는 926점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연방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엘리트 대학의 학생 구성에 백인과 아시안이 더 많아지고 흑인과 라티노가 더 적어질 것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인용한 2020년 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하버드대 학부생의 36%가 백인, 21%가 아시아계, 11%가 흑인 또는 아프리카계, 12%는 히스패닉, 나머지 11%는 유학생이었다.

Q. 과연 한인 등 아시아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까.

진학 문이 조금 더 넓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장은 아시아계가 입시에서 유리해질 수 있어도 결국 백인이 주된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만약 아시아계 진학 비율이 두드러지게 높아지고 백인들이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결과가 나타나면, 미국의 교육 정책이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이비리그 등 미국 명문대를 이끌어가는 주류가 백인이고 후원자들도 백인이기 때문이다.

소수 인종 정책 폐기에 따른 대학 내 다양성 약화가 미국 사회 전반의 다양성 약화로 이어져 결국엔 소수자인 아시아계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소수 인종 간 갈등을 부추겨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가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소수인종 우대 정책을 둘러싼 보다 근본적인 논쟁 지점은 SAT 같은 시험 성적이 다른 요소를 우선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앞서 피셔의 패소를 결정한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당시 다수 의견에서 “객관적으로 측정이 불가능하더라도 위대함을 만들어 내는 자질을 평가하려는 대학의 방침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교육 관련 기관인 ‘학습정책연구소’의 선임연구원 피터 쿡슨도 “시험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대학에 진학한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은 엄청난 역경을 이겨내고 대학에 진학한 경우가 많다”면서 “따라서 건강하고, 다양하고, 포용적인 대학 구성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Q.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이 실제 대학의 다양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줬나.

A. 드라마틱한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브루킹스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미국 엘리트 대학에 재학 중인 흑인 학생 비율은 4%에 불과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종 차별이 여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에서는 1996년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금지된 뒤 2년 만에 명문대인 버클리대와 UCLA에서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의 입학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소수 인종 우대 정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은 소수 인종의 명문 대학 진학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사회 전반적인 인종차별을 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엘리트 사회 내에 소수 인종이 진출하는 것은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다. 프린스턴과 예일대를 졸업하고 대법원 최초의 히스패닉계 대법관이 된 소니아 소토마요르는 자신을 “완벽한 소수인종 우대정책의 수혜자”라고 표현한 바 있다. 조지타운대와 미시간주립대의 경제학자들이 2000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990년대 초까지 소수인종 우대정책은 의과대학의 흑인 비율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줬고, 이들이 졸업 후 흑인과 히스패닉 주민이 밀집한 지역에서 백인 의사들보다 더 많이 의료 활동을 하게 만들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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