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남녀 두번 울린다"…'재회상담' 주의보
수백만원대 고가의 상담 성행
"상대 협박하라" 엉터리 조언도
"처음부터 갈취 목적이면 사기"
"전 남자친구에게 XX(극단 선택)하겠다고 카카오톡 메시지 보내."
지난 5월 2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와 헤어진 20대 직장인 이 모씨는 200만원을 주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재회상담을 받았다. 재회상담이란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날 수 있게 상담을 해주는, 일종의 연애 컨설팅 같은 것이다.
재회 성공 만족도가 높다고 홍보하는 A상담소는 이씨에게 "너는 X라이"라며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남자친구에게 충격을 줘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 말을 그대로 따랐던 이씨는 결국 전 남자친구에게 카카오톡을 차단당하기만 했다.
30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A상담소는 내담자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며 비정상적인 상담을 진행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았던 다른 직장인 여성도 "말투, 성격, 데이트 비용 등등 헤어진 원인이 전부 내 탓이라면서 정신적으로 학대당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이씨는 조만간 경찰에 A상담소를 사기죄로 신고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연기 법무법인 이김 변호사는 "입증이 쉽지 않겠지만 처음부터 돈을 갈취할 목적으로 상식적이지 않은 상담을 했을 경우 사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실연 남녀를 노린 고액의 유료 재회상담이 성행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재회 업계'에서 수위를 달린다는 연애상담소 B사는 최대 650만원짜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진 직장인 김 모씨는 B사에 재회상담을 요청하고 크게 실망했다. B사는 김씨에게 "처음 문의했을 때 바로 상담을 받았다면 재회 성공률이 45%였겠지만 지금은 시간이 흘러서 30%대로 떨어졌다"며 "더 비싼 상담 코스를 선택하지 않으면 포기하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고 결제를 종용했다.
연애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최 모씨(37)는 "고가로 재회상담을 하는 곳은 사기인 경우가 많다"며 "이 업계에 전문적인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재회가 안 되면 내담자 탓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만나던 연인에게 차였는데 재회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속칭 '호구'인 고객"이라며 "큰 충격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전 연인을 잡고 싶어 고민하지도 않고 거액을 지불하는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평소에는 이런 비상식적인 상술에 쉽게 넘어가지 않았을 법한 전문직, 대기업 직장인, 명문대 대학생도 쉽게 지갑을 연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취약해진 심리 상태를 노린 비전문가들의 상담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 상담을 받는 건 심리적 지배를 당할 수도 있고 매우 위험하다"며 "실연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이 거액을 들인 만큼 상담가를 신뢰하고 의지하려는 성향이 크기 때문에 자칫하면 비전문가에게 다시 상처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곽 교수는 "다양한 전공의 심리 전문가들이 있지만 연애 전공은 없다"며 "비전문가들의 상담을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연애는 두 사람 사이의 일이기 때문에 세상 그 누구도 조언을 해줄 수 없다"며 "이별의 고통을 스스로 극복해야 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성장해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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