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흘째 폭동 계속 …‘경찰개혁’ 목소리 불지핀 10대의 죽음
2005년 방리유 폭동 사태 재연에 당국 긴장
국가비상사태 선포 및 경찰력 강화 목소리도
교외 거주하는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교통검문에 불응했다 경찰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에 대한 분노가 프랑스를 휩쓸었다. 전국에서 폭동이 발생해 관공서 곳곳이 불타고 600명 넘게 체포됐다. 경찰의 폭력과 인종차별을 규탄하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2005년 폭동’의 재연을 우려해 더 강한 경찰력 배치를 요구하는 상반된 목소리가 동시 나오고 있다.
파리 서부 도시 낭테르에서 시작된 폭동은 프랑스 각지로 번져 사흘째 계속됐다. AFP통신, 르피가로, 르몽드 등 현지매체 따르면 29일(현지시간) 마르세유, 리옹, 포, 툴루즈, 릴 등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폭동이 보고됐다. 버스정류장, 트램 등 대중교통 시설과 시청, 경찰서, 학교 등 관공서 건물이 표적이 됐다. 파리지하철공사 차고지에 불이 나 전동차량 수대가 불에 탔다. 마르세유에서는 도서관이 공격당했고 포에는 경찰서에 화염병이 투척됐다. 파리 중심가 의류 상점도 약탈당했다. 파리 교외를 비롯해 일부 지역에는 오후 9시부터 통행금지를 실시했다. 숨진 소년이 살던 낭테르 파블로 피카소 지구에서는 밤새 시위대가 경찰 머리 위로 불꽃탄을 쏘는 등 격렬한 시위가 자정까지 이어졌다.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전날까지 전국에서 667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14~18세 청년들이 대부분이라고 르피가로가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전날 폭동에 대비해 전국에 4만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시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른 것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된 사건 당시 영상이었다. 경찰은 앞서 검문에 불응해 메르세데스 차량을 몰고 달아나는 10대 소년 나엘을 향해 총을 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영상에는 차를 세웠던 나엘이 다시 시동을 밟으려 하자 “네 머리에 총알을 박아버리겠다”는 목소리와 함께 직사거리에서 총을 쏜 모습이 담겨 경찰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폭동 가담자들은 경찰의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를 쏟아냈다. 한 시위자는 “나엘의 경우 영상이 있어 다행이었다. 아마 영상이 없었다면 사건은 평소대로 진행돼 결국 잊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로 이주한 후) 3대째 살고 있는데도 이 나라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우리는 복수자들”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메디아파르는 지역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폭동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스스로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경찰개혁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17년 경찰의 총기사용 요건을 완화하는 조항을 포함에 경찰에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반테러법을 통과시켰다. 2015년 파리 테러를 계기로 마련된 임시조치를 영구적 조치로 만든 것이다. 이후 경찰의 총기 사용 폭력이 급증했으며 특히 그 대상이 흑인과 아랍계 등 유색인종에 집중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비교 경찰행정을 연구하는 프랑스 정치학자 자크 드 마이야르는 프랑스 경찰이 독일 경찰보다 총기를 쉽게 사용한다는 통계를 소개하며 “나엘의 죽음은 더 광범위한 추세의 일부”라고 도이체벨레에 말했다.
로이터통신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3건, 2021년 3건, 2020년 2건, 2019년 0건, 2018년과 2017년에는 6건의 경찰에 의한 고의적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3월 연금개혁 시위 때에도 경찰 특수부대 브라브엠이 수단 출신 흑인을 상대로 폭력과 욕설을 가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포착돼 논란이 됐다.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유럽 네트워크는 “인종차별적 경찰 폭력으로 인해 한 청년의 미래가 때아닌 종말을 맞이했다면 즉각적인 정의와 개혁이 필요하다”며 프랑스 경찰개혁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폭동 장기화에 대비해 경찰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상반된 요구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요구했다.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도 “질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르마냉 내무장관은 밤새 시위 및 방화를 진압한 경찰관과 소방관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프랑스 내무부 측은 3주 간 이어졌던 2005년 폭동보다 이번에 벌어진 폭동이 SNS 때문에 더욱 규모가 커지고 확산 속도도 빨라졌다며 긴장하고 있다고 르피가로가 전했다.
2005년 폭동은 튀니지, 알제리 등 아랍계 이주자들이 많이 거주하던 교외 센생드니에서 10대들이 경찰에 도둑으로 몰려 도망가다 감전사한 사건이 발단이 됐다. 당시 이 사건으로 프랑스의 소외 지역과 인종 문제가 전면화됐지만, 이후 프랑스 경찰은 폭동 진압을 빌미로 오히려 예산과 무장을 강화했다.
2015년 파리 테러, 2019년 노란 조끼 시위 등을 거치며 프랑스의 경찰력 강화 경향은 계속되고 있다. 마이야르는 “프랑스에서 경찰개혁은 양극화된 이슈가 됐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위기 관리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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