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 보조금 74억 증빙 못내면 압수수색·구속…검찰은?”
업무추진비 등 증빙 영수증은 식별 불가능한 경우 多 “국정조사 필요”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및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때 쓴 업무추진비 등 각종 내역이 법원 판결에 따라 공개됐지만 주요 정보가 누락되거나 삭제된 채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규정과 절차대로 공개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시민단체 측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30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만약 보조금 받은 민간단체에서 74억을 쓰고도 증빙이 하나도 없다고 하면 어떻게 될까"라며 "바로 압수수색에 구속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대표는 "그 잣대를 검찰에 들이대야 힌디"며 "검찰은 무려 74억원의 세금을 쓰고도 증빙 1장 없는 사태에 대해 진상규명을 하기는 커녕, 엉터리 변명을 하면서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원 판결문도 무시하고 어떻게든 윤석열 대통령이 밥먹은 음식점을 숨기려고 한다. 있는 자료를 '없다'라고 허위 주장을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은폐하려고 해도 안 될 것"이라며 "이미 봇물이 터지기 시작했다. 끝까지 진상규명이 되도록 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또 검찰이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으로 건넨 복사본과 신용카드 전표를 원본과 대조시켜 달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며 이 이유에 대해 "윤석열 보위라고 본다"고 직격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시절 어디에서 밥먹었는지를 결사적으로 은폐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행태를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고 쏘아붙였다.
세금도둑잡아라와 함께하는시민행동·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뉴스타파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검찰청장과 서울중앙지검이 공개한 자료 중 특수활동비 항목에서 74억원 이상의 증빙자료가 누락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들 4개 단체는 3년5개월간 정보공개소송 끝에 지난 4월13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2017년 1월1일부터 2019년 9월30일까지 지출한 ▲특수활동비 ▲특정업무경비 ▲업무추진비 각각의 증빙서류 1만6735장을 지난 23일 공개했다.
공개 대상 기간 검찰총장은 김수남·문무일·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영렬·윤석열·배성범이었다.
특활비는 기밀을 요구하는 수사 등에 쓰이는 비용인데 대검의 경우 2017년 1∼4월까지 증빙자료가 없었고,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1∼5월까지의 자료가 전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한 뒤인 2017년 6∼7월에는 지출증빙자료 가운데 영수증만 누락돼 있었다.
하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돈봉투 만찬 사건이 얼마나 큰 뉴스였나. 그때 대검찰청에서 특수활동비 관리 철저하게 하겠다(고 했다)며 "근데 돈봉투 만찬 사건 전후한 몇 개월간 서울중앙지검 특수활동비는 집행 내역도 없고 영수증도 없다"고 비판했다.
증빙 누락에 더해 업무추진비 증빙자료 영수증에 상호명과 이용 시간 등 주요 정보가 대거 삭제된 채 전달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전체 535건의 영수증 중 61%가 판독 불가능한 상태로 나머지 39%가량도 겨우 식별이 가능한 수준이다.
하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안에 구내식당 같은 데서 먹은 건 잘 보인다"며 "이상하게도 다른 영수증들 상태는 거의 판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주요 정보를 가리거나 삭제하고 자료를 전달한 데 대해 "검찰 스스로 법치주의를 훼손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은 "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관리하는 자료를 모두 공개했다"며 "다만 2017년 9월경 특활비 관리 제도가 개선·강화되기 이전의 자료 중 일부는 관리되고 있지 않아 부득이 제출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정보를 일부러 삭제한 채 공개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집행 명목은 비공개 대상이라는 판결 취지에 따라 식당 이름을 비공개했고, 결제 시각을 공개하라는 내용은 판결에 없었기 때문에 비공개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 대표는 검찰 해명에 대해 "전혀 납득할 수 없다"며 "국정조사 등 국회차원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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