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통보제 국회 본회의 통과... 앞으로 병원이 국가에 출생통보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출생통보제가 오늘(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며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제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아동은 부모가 아닌 의료기관이 국가에 출생을 통보한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사실을 국가에 통보하는 제도다. 무조건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신고를 하는 게 아니고 의료기관의 출생통보 후 부모가 정해진 기간 내에 아동에 대한 출생신고를 마쳐야 한다.
◇ 의료기관은 출생 14일 이내 심평원에 출생정보 제출→출생 미신고 시 지자체장 직권으로 행정체계 등록
기한 내 출생신고가 안됐을 때 지자체장 직권으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아동의 출생사실을 기록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장은 출생일로부터 14일 이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출생정보를 제출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시·읍·면장에게 출생 사실을 통보해 행정체계에 등록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이번 개정안에는 출생신고 기간인 1개월 내에 부모 등 신고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7일 내에 이를 이행할 것을 고지하고, 이 기간 내에도 신고를 하지 않을 시 시·읍·면장이 감독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권으로 등록부에 출생을 기록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의료기관 외의 장소에서 출산할 경우 현행법상 출생신고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출생증명서를 대체할 수 있는 자료로 「119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구조·구급활동상황일지를 추가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출생신고의 의무가 모두 부모에게만 있었다. 부모가 출생신고를 안하면 국가는 아동의 존재 자체를 알 수가 없었다. 이제 법이 시행되면 적어도 의료기관에서 태어나는 아동의 출생 사실을 놓치지 않고 국가가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아이를 병원에서 낳아놓고도 살해 후 5년 간 집 냉장고에 유기한 이른바 수원 영유아 유기 사건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있게 된다.
◇ 아동권리단체 환영 논평 발표.."아동 목숨과 바꾼 법안 잊지말아야" 당부도
법안 통과에 대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논평을 내고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대부분은 학대에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었다"라며 "이제 출생통보제 도입 이후 사각지대 위기임산부와 아동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재단은 2019년부터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 보장을 위해 '보편적 출생신고' 캠페인을 전개해왔다. 출생신고가 되지 못한 아동의 현실을 전달하고자 재단에서 사례관리 중인 국내아동 33명과 외국인아동 26명의 현황을 분석했는데, 국내아동 33명 중 26명이 아동학대로 신고돼 조사받는 과정에서 출생신고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고 전하며 "출생신고 되지 않은 아동은 방임, 유기 등 아동학대에 특히 취약하고, 기본적인 의료 및 보건서비스 등 사회보장체계에서도 소외돼있었다"고 말했다.
국제아동권리NGO 세이브더칠드런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출생통보제 도입은 보편적 출생등록제도의 시작이다. 나 홀로 출산, 혼인 외 출생, 부모의 법적 지위 등으로 인하여 공적으로 출생 사실과 신분의 등록이 어려운 아동의 출생이 등록될 권리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아동 최우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관련 법률의 제·개정을 통해 삶의 여정을 시작한 모든 아동의 존엄성이 온전히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굿네이버스도 성명서를 통해 "이번에 개정된 가족관계등록법은 사실상 출생미등록 영아의 목숨과 바꾼 것이라는 것을 우리 사회는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제7조는 당사국 관할 영토 내 출생한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를 보장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며,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하여 부모의 법적 지위 또는 출신지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보편적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했지만 그동안우리사회는 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 보장에 무관하고 참담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감사원은 2015년 이후 8년간 출생 미신고 아동으로 추정되는 아동은 2236명이며 그 중 1%인 23명에 대한 조사를 통해 아동 3명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는데, 앞으로 또 다른 희생의 소식이 들려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며 "출생통보제도입에 나아가 신분, 부모의 법적 지위 또는 출신지와 무관하게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 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법안을 대표발의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어떤 아동이든 출생이 등록되고 이름을 가질 권리가 있지만, 부모의 방임으로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 아이들은 죽거나 다쳐야만 세상에 알려졌고 이는 국가의 방조도 한몫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늦었지만 출생통보제 도입을 환영하며, 앞으로도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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