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공과 재평가 계기로 [사설]
우여곡절 끝에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발족했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서거한 지 58년 만에 마침내 기념관 건립 사업이 실행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사실 만시지탄이다. 우리는 건국 75년 만에 산업화·민주화·선진화를 성취했다. 이제 G8 진입을 노리는 나라가 됐다. 이런 영광의 길을 열어준 건국대통령을 기리는 기념관 하나 없다는 건 스스로 나라의 뿌리를 부정한 것이나 매한가지다. 일단 출발은 좋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은 추진위에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 이승만 하야를 촉발한 4·19 학생시위 주역이 다수 참여하는 것은 물론 박정희·노무현·김영삼·김대중 등 4명의 전직 대통령 아들들이 고문을 맡기로 했다. 진보·보수 이념과 정파를 떠나 기념관 건설에 의기투합하는 이런 모습이 진정한 역사적 화해와 국민 통합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다만 이제 겨우 발족식을 했을 뿐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속도를 내려면 당장 기념관 건립 자금부터 끌어모아야 한다. 추진위는 100%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독립유공자법' 대신 총사업비의 30%만 지원되는 '전직대통령법'에 근거해 기념관을 짓기로 했다. 건국대통령이라는 상징성을 강조하는 한편 모금운동을 통해 민관 공동으로 기념관을 건설하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고 한다. 옳은 결정이다.
무엇보다 기념관 사업을 계기로 이념 편향 세력에 의해 일방적으로 매도당해온 그의 공이 공정하게 재평가돼야 할 것이다. 장기 집권을 획책한 독재자라는 과는 명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같은 민족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김일성의 야만적인 남침에 맞서 공산화를 막아낸 공이 훨씬 더 크다. 이승만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번영도 없다. 이걸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그를 과도하게 미화하고, 신격화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기념관은 있는 그대로의 이승만을 전시하면 될 일이다. 그러면 탈이념화돼 사고가 유연한 젊은 세대들이 알아서 해석하고 소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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