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어퍼머티브 액션
미국 사회를 땅에 비유한다면 그 아래를 흐르는 거대한 마그마가 바로 인종 문제다. 마그마가 분출하지 않아야 사회가 유지된다는 관념, 그 안에서 탄생한 소수인종 배려 원칙은 금기에 가까웠다.
연방대법원이 그런 마그마의 흐름을 바꿀 만한 판결을 내렸다. 하버드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가 입시에서 소수인종을 정책적으로 우대한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소수인종 우대 정책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이끈 흑인 민권운동의 영향으로 1960년대 존 F 케네디의 민주당 정권이 도입했다.
미국의 인종은 대략 백인 59%, 히스패닉 19%, 흑인 13%, 아시안 6% 등으로 구성돼 있다. 외국 유학생을 빼고 하버드대 학생의 인종 구성을 보면 백인 40%, 아시안 14%, 히스패닉 9%, 흑인 7% 순이다. 아시안은 우대받고 히스패닉이나 흑인은 인구 대비 적은 듯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특파원 시절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평점을 살펴보니 인종 구성과 거의 일치해 놀란 적이 있다. 백인과 아시안이 많을수록 성적이 예외 없이 우수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도 하버드대가 흑인과 히스패닉을 더 뽑기 위해 의도적으로 아시안을 차별했다는 것이다. '선의의 차별'도 차별이라는 얘기다.
고교 성적이 더 우수해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백인과 아시아계는 위헌소송을 여러 번 냈는데 모두 합헌이었다. 네 번째 도전 만에 대법원이 기존 판결을 180도 뒤집었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미국 역사상 가장 보수적인 인적 구성이라는 평가다. 공화당 정권이 6명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대법관 9인은 종신직인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명한 3명은 이제 50대다. 사회 흐름을 바꿀 보수적 판결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차별적 제도를 통해서라도 소수를 배려하는 것이 옳은지, 개인의 능력을 최우선하는 것이 옳은지 독자들도 각자 생각이 다를 것이다. 다수가 공감하는 원칙을 세우고 최대한 공정하게 제도를 고쳐가는 방법밖엔 없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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