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 학대로 숨진 11살 몸은 온통 피·멍투성이…방청객 한탄·눈물(종합)

묶여 있던 탓에 휴지통은 소변 담겨 있어
일기장엔 체벌·학대 당한 과정만 가득 적혀 있어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39, 왼쪽)와 계모(42)/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인천=뉴스1) 박아론 기자 = 11살 의붓 아들을 장기간 학대해 살해한 계모의 법정에서는 가정 안에서 남몰래 자행됐던 체벌 흔적이 낱낱이 드러났다. 피해아동의 몸은 장기간 학대로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했고, 아동의 방과 옷에서도 학대를 짐작게 할 정황들이 확인됐다.

30일 오후 인천지법 제15형사부(재판장 류호중) 심리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 살해, 아동복지법상 상습아동학대, 상습아동유기, 방임 혐의로 구속기소된 계모 A씨(42·여)와 친부 B씨(39) 속행공판이 열렸다.

검찰은 서증조사 과정에서 A씨 등 주거지에 설치돼 있던 홈캠 영상 및 피해아동 C군의 부검 등 캡처 사진을 공개했다. 바짝 마른 아동의 몸은 멍이 없는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고, 다리는 피투성이였다.

실제 숨질 당시 입고 있던 하의는 C군의 몸에서 배어나온 피로 물들어 있었다.

C군의 방에 있던 휴지통에는 소변이 담겨 있었다. C군이 A씨에 의해 의자에 묶여 있을 당시 C군이 이용한 것으로 추정됐으나, A씨는 "C군이 묶여 있을 당시에도 다리는 (끈이 풀려) 움직일 수 있었다"면서 "휴지통에 소변이 왜 담겨 있었는지 저도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법정에서는 C군의 일기장도 공개됐다. A씨는 C군이 학교에 가지 않는 동안 나들이를 나가거나, C군이 좋아하는 음악공부를 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C군의 일기장에는 사망 전까지 '무릎을 꿇고 벌을 섰다' '근신했다' '성경 필사를 했다'는 등의 학대를 받은 사실만 가득 적혀 있었다.

또 A씨에게 반성문을 쓰듯 사죄와 용서를 구하는 글도 다수 발견됐다.

A씨는 검찰 측 신문에 "저학년일 때는 일기장을 봤지만, 고학년이 되고 나서는 일기장을 자주 보지는 않았다"며 "보통 아이가 일기를 쓸 때는 저한테 잘못을 하면 그날 잘못한 일을 되돌아보면서 (반성문 식으로)써서 식탁 위에 올려놨다"고 진술했다.

A씨는 인터넷 검색창에 '아동학대'를 검색하기도 한 사실도 드러났다.

B씨는 이날 법정에서 A씨가 C군을 장기간 학대해 오는지 몰랐다고 주장하며 방임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이날 지난 5월 출산한 아기를 안은 채 법정에서 진술을 이어갔다. 이날 법정에는 A씨 등의 재판을 보기 위해 다수의 시민이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C군의 사진 등이 공개되자 방청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눈물을 연신 흘렸다.

A씨 등의 결심공판은 7월 중 열릴 예정이다.

A씨는 지난해부터 올 2월까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 아파트 주거지에서 의붓아들 C군(사망 당시 11세)을 때리고 장기간 학대와 방임을 해오다가 올 2월7일 살해하고, B씨는 같은 기간 C군을 상습학대하고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C군은 1년여에 걸친 장기간 학대로 8㎏이 감소해 사망 당시 키는 148㎝, 몸무게는 29.5㎏에 불과했다.

조사 결과 B씨는 2018년 5월 A씨와 인천 남동구 소재 한 아파트에서 동거하기 시작하면서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C군을 함께 양육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A씨는 C군을 못마땅하게 생각해왔고, 2022년 4월 유산을 하게 되자 그 탓을 C군에게 돌리면서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게 됐다. B씨 역시도 가정불화의 원인을 친 아들인 C군 탓으로 돌리며 미움을 쌓아왔다.

이후 2022년 3월부터 C군에 대한 학대를 이어오다가 끝내 숨지게 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 등은 C군에게 성경 필사를 시키거나 최대 16시간 동안 책상 의자에 결박하고 홈캠으로 감시하는 등 가혹한 체벌을 이어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aron031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