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 권익위원장 내정자, 대장동 자금책 '몰래 변론' 의혹
● 김홍일 내정자, 2015년 수원지검이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 수사할 때 '몰래 변론'한 의혹
● 남욱, "2015년 수원지검 수사 때 김홍일이 조우형 진술 코치했다" 취지 진술
● 조우형 측근 증언, "조우형이 김만배 통해 김홍일 전 대검 중수부장 소개 받았다고 들었다"
● 김홍일 내정자 속한 '법무법인 세종'이 조우형 변호...변호인 명단에선 빠져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29일)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을 신임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지명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대장동 검찰 수사기록 4만 330쪽 곳곳에 김홍일 내정자의 이름이 등장한 사실을 보도했다.(관련 기사 : 김홍일 신임 국민권익위원장, '대장동 수사기록'에 여러 차례 등장)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물인 남욱 변호사는 2021년 검찰 조사에서 "2011년 대검 중수부가 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할 때, 김만배가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에게 '(대장동 사업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조우형 씨 관련 사건을 잘 봐 달라'고 청탁했다"고 진술했다. 조우형은 부산저축은행의 대장동 사업 초기 자금 대출에 관여하고 뒷돈을 받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남욱의 이 진술은 김만배의 말을 전한 것에 불과해 수사 단서나 범죄 단서가 되진 못했다.
그런데 같은 날 남욱이 김홍일 내정자와 관련해 또 다른 진술을 내 놓은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김홍일 내정자가 검찰을 퇴직한 후인 2015년, 수원지검 수사를 받던 조우형을 '몰래 변론'한 정황이다. 2011년 이후로도 김홍일 내정자가 소위 '대장동 일당'과 관계를 지속해왔다는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몰래 변론'은 변호사가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고 하는 변론 행위를 뜻한다. 세금을 내지 않거나, 전직 고위 법조인이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사건을 청탁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지는 불법 행위다. 전관 특혜가 이뤄지는 대표적인 방식으로 '그림자 변론'이라 부르기도 한다.
김홍일, 검찰 퇴직 후 전관 변호사로 조우형 검찰 진술 코치한 정황
조우형은 2011년 대검 중수부, 2012년 서울중앙지검이 나선 저축은행 관련 수사를 모두 빠져나갔다. 지난 1월 뉴스타파가 공개한 1325쪽 분량의 '정영학 녹취록'에는 대장동 일당이 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해 모의하는 장면이 곳곳에 나온다.(관련 기사 : 2011년 대검이 뭉갠 대장동 수사, 2년 후 중앙지검이 또 뭉갰다)
조우형은 2015년에 비로소 덜미가 잡힌다. 당시 경찰은 부산저축은행 관련 조우형의 알선수재 및 배임 혐의를 수사해 검찰에 넘겼다. 수원지검은 조우형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남욱도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함께 수사를 받았다.
2015년 3월, 김만배 등 '대장동 일당'은 대장동 개발 사업자로 최종 선정된다. 하지만 두 명(조우형, 남욱)의 핵심 인물이 구속되면서 사업은 시작부터 좌초될 위기에 처한다. 대장동 검찰 수사기록에는 '대장동 일당'이 당시 위기를 어떻게 넘겼는지 자세히 나온다. 박영수, 곽상도 같은 고위 법조인 출신들을 동원한 것인데, 여기에 대검 중수부장, 부산고검장을 지낸 김홍일 내정자의 이름이 등장한다.
남욱 "김홍일 변호사도 조우형에게 과거 대검 중수부에 협조했다고 말을 하라고 했다"
남욱은 2021년 11월 19일 검찰 조사에서, 2015년 수원지검에서 조우형이 수사받을 당시 김홍일 전 대검 중수부장이 관여한 사실을 증언한다. '2011년 저축은행 수사 당시 조우형이 검찰에 협조한 대가로 선처를 받은 사실을 검찰(수원지검)에 진술'하도록 김홍일 내정자가 조언했다는 것이다. '검찰 협조 사실'과 '무혐의 처분 전력'을 부각시켜 또다시 검찰 수사를 빠져나가게 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은 남욱의 검찰 진술 내용. (괄호는 이해를 돕기 위해 기자가 임의로 넣은 것)
○검사 : 조우형은 (2015년) 수원지검 특수부에 출석해서, 과거(2011년) 대검 중수부 (저축은행) 수사에 협조를 해서 선처를 받았던 것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나요.
●남욱 : 그 당시(2015년)에 김만배가 '김홍일 변호사(전 중수부장)도 조우형에게 과거(2011년) 대검 중수부에서 수사를 받을 당시 (검찰에) 협조를 했다고 말을 하라'고 했는데, 조우형은 (2015년) 수원지검 특수부에 출석해서는 그런 말을 하지는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 남욱 변호사 검찰 진술 내용 (2021.11.19)
2011년 저축은행 수사 당시 김홍일이 '검찰 협조'를 이유로 조우형을 선처했다는 남욱의 진술내용이 일단 눈에 띈다. 우리 법에는 '플리바게닝'(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가벼운 범죄로 기소하거나 형량을 낮춰 주는 제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김홍일 변호사와 조우형의 관계다.
언급한대로, 김홍일은 2011년 당시 저축은행 사건 수사 책임자인 대검 중수부장이었다. 결국 남욱의 진술대로라면, 2011년 저축은행 사건 때 조우형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던 '대검 중수부장 김홍일'이 4년 뒤에는 '변호사 김홍일' 신분으로 같은 사건의 피의자였던 조우형을 도왔던 것이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변호 행위다.
실제로 조우형 변호한 법무법인은 김홍일 내정자가 속했던 법무법인 '세종'
조우형의 측근 A씨는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우형이 김만배를 통해 대검 중수부장 출신의 변호사를 소개받아 도움받았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 변호사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김홍일이란 이름이 지금까지 또렷이 기억난다"고 했다.
뉴스타파는 조우형에 대한 법원 판결문을 입수해 살펴봤다. 2015년 수원지법은 조우형에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알선수재 20억 원, 배임 80억 원 등의 혐의였다. 하지만 검사는 알선수재 20억 원에 대해서만 기소했다. 배임 80억 원은 예비적 공소사실로 넣었다. 두 혐의 중 하나만 처벌받게 해 놓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형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2015년 당시 조우형의 변호를 맡은 곳은 김홍일 내정자가 속해 있던 '법무법인 세종'이었다. 하지만 사건기록에선 '변호사 김홍일'의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조우형에게 조언했다"는 남욱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김홍일은 '몰래 변론'을 한 셈이 된다.
김홍일 내정자, 대장동 연관 의혹에 '묵묵부답'
변호사가 몰래 변론을 할 경우 변호사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이 조항은 2017년에 처음 생겼다. 따라서 이전에 벌어진 전관들의 몰래 변론은 처벌할 수 없다.
뉴스타파는 "2015년 수원지검 수사 당시 조우형을 변호한 사실이 있는지" 등 일련의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김홍일 내정자에게 수차례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겼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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