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학제도 혁신, 대통령이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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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던진 대입 '킬러 문항'과 사교육 문제로 온 사회가 떠들썩하다.
대학입시에서 공정성과 경쟁력을 잘 조화시키는 문제는 너무나도 중요하고 이를 위협하는 킬러 문항 제거나 사교육 감축은 방향이 틀리지도 않는다.
교육제도와 관련해 대통령이 해야 할 말은 오히려 대학들을 어떻게 혁신해 지속 가능한 제도가 될 수 있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우리 대학제도를 거칠게 돌아보면 이승만, 박정희 두 대통령이 골격을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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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대통령이 던진 대입 '킬러 문항'과 사교육 문제로 온 사회가 떠들썩하다. 대학입시에서 공정성과 경쟁력을 잘 조화시키는 문제는 너무나도 중요하고 이를 위협하는 킬러 문항 제거나 사교육 감축은 방향이 틀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정말 제기하고 싶었다면 교육부 장관 입을 통해 나왔어야 한다.
교육제도와 관련해 대통령이 해야 할 말은 오히려 대학들을 어떻게 혁신해 지속 가능한 제도가 될 수 있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미 서울 주변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말이 우리 실상을 담고 있다. 지방대학들은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유학생으로 버티던 대학들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나온다.
우리 대학제도를 거칠게 돌아보면 이승만, 박정희 두 대통령이 골격을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대통령'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이승만 전 대통령은 전쟁 중이던 1952년 12월 김법린 문교장관에게 인하공대 설립을 지시한다. 이에 하와이 교포들의 성금을 기본으로 하고 100만 달러의 정부 보유 달러를 기금으로 해서 인하공대가 탄생했다. 여기에 이승만 대통령은 자신이 운영했던 하와이 한인학교를 처분해 돈을 보탰다. '인천'과 '하와이'에서 첫글자를 딴 인하공대는 이렇게 탄생했다. 여기서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왜 하필 '공대'인가 하는 점이다. 휴전을 눈앞에 둔 1953년 6월4일 이승만 대통령은 인하공대 설립과 관련한 담화를 발표했다. 그중 한 대목.
"이 대학의 주지(主旨)는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MIT와 같은 공과대학을 만드는 것이니 우리 사람들이 예로부터 문과나 철학 등을 숭상하던 의도를 많이 변동해서 이 물질 시대에 기계학과 공업 발전의 물질 세력을 다른 나라와 경쟁하는 목적을 가진 것이니…."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은 1950년대와 1960년대에 하나의 시대정신을 이루었다. 당시에는 '연세 상대' '고대 법대' '한양 공대' '건대 축산과' 등으로 대학들이 특화되어 있었다. 하나같이 이제 막 세워진 나라에 필요한 인재들을 길러내기 위함이었다.
특히 이승만은 비슷한 시기에 "외국어의 전문적 교육과 유능한 외교관, 실업가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정부 보조로 한국외국어대학을 신설토록 하라"고 지시했다. 1950년대에 비록 가난했지만 이 같은 인재 양성이라는 준비가 없었다면 70년대와 80년대 고도성장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제 와서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박정희 대통령은 일본 제국대학들을 염두에 둔 때문인지 종합대 위주로 대학들을 성장시켰다. 서울대학교도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던 캠퍼스를 합쳐 지금의 관악산 서울대로 거대화했고 나머지 대학들도 경쟁적으로 종합대 형태로 바뀌어갔다.
고도 성장기에는 대량생산된 '규격화' 졸업생들이 생산현장에서 순기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색을 잃은 대학들은 일렬로 늘어서게 되었고 대학 서열화로 명문대에 들어가려는 경쟁은 더욱 격화되었다. 그렇다고 대학 교육의 질이 나아진 것은 별로 없었다.
이런 판국에 1997년 IMF 위기가 한국 사회를 덮쳤을 때 우리 대학들을 크게 개편해야 했다. 오히려 이승만 시대처럼 특화된 단과대 시대를 열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철 지난 '좌우' '보수 진보' 타령으로 시간을 허비했다. 많이 늦었지만 이 정권은 반드시 대학을 크게 손대야 한다. 충분한 준비를 거친 다음 치밀하게 추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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