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울먹인 이임재 전 용산서장 “보석 신청 이유는···”
“이런 말씀 송구스럽지만
가족 힘들어 해 용기 냈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으로 구속 기소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법원에 보석 허가를 호소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배성중 부장판사)는 30일 오전 11시10분 업무상과실치시·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의 보석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은 각각 지난 20일과 23일 법원에 보석신청서를 냈다.
이날 수의를 입고 재판에 출석한 이 전 서장은 “보석 신청에 대해 여러 고민이 있었다”면서 “이런 말씀을 드리기 송구스럽지만, 아내와 가족들이 너무 힘들어해서 용기를 내 신청했다”고 울먹였다. 이 전 서장은 “이번 사건을 명백히 가려 불행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재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증거인멸이나 도주를 생각한 적 없다”고 했다.
이 전 서장 측 변호인은 “수사부터 법정에서까지 증거를 인멸하거나 시도하지 않았다”며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핵심 증인인 정현욱 용산서 112상황실 운영지원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미 이뤄져 달리 인멸할 증거가 없다고도 주장했다. 또 객관적 사실관계를 이미 인정한 점, 희생자 유족에게 해를 가할 우려가 없는 점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송 전 실장 측은 경찰 특별수사본부와 검찰 조사에 모두 응한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송 전 실장 측 변호인은 “특수본에서 5번 소환이 이뤄졌고, 검찰 조사도 3회 이뤄졌는데 모두 성실히 출석했다”면서 “보석이 된다 해도 성실히 재판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전 실장도 “6개월 동안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매 시간 빌며 반성하고 있다”면서 “석방해주신다면 남은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검찰 측은 “핼러윈 데이에 많은 인파가 예상됐고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주의가 있었으나 피고인들이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보석을 허가하지 말아달라고 반론했다.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은 참사 당일 많은 인파가 예상됨에도 사고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고, 무전을 듣고도 경비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참사 규모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지난 1월18일 구속기소됐다. 이 전 서장은 부실 대응을 은폐하기 위해 현장 도착시각과 구조활동 내역을 상황보고서에 허위로 기재하게 지시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도 받는다.
법원은 지난 7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구소기소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전 안전재난과장의 보석을 허가했다. 핼러윈 기간 이태원 일대에 대규모 인파가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이 담긴 4건의 정보보고서를 참사 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도 지난 21일 풀려났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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