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허가 다음은 글로벌 시장...렉라자 年6조원 블록버스터 꿈꾼다

김명지 기자 2023. 6. 3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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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3세대 폐암 신약
식약처 1차 치료제 확대 허가
1차 치료제 건보 급여 등재 앞두고
의약품 무상 지원 프로그램 계획 밝혀
올 연말 타그리소와 비교한 병용 임상 앞둬
아스트라제네카의 표적항암제인 타그리소(왼쪽)과 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 홈페이지 캡처

유한양행이 개발한 3세대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30일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으면서, 렉라자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유한양행은 이날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 국민건강보험 급여에 등재될 수 있도록 하는 확대 신청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렉라자와 관련해 이 같은 내용의 허가 확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31번째 국산 신약인 렉라자는 지난 2021년 1월 EGFR 변이가 생긴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표적항암제다. 렉라자는 그 해 7월 국민건강보험에 등재됐고, 지난해부터 1차 치료제로 허가 확대를 준비해 왔다.

항암제는 환자가 처방받는 순서에 따라 1~3차로 허가를 받는다. 1차 치료제는 환자가 가장 먼저 처방받는 약물이다. 2차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는 것은 1차 치료제(1, 2세대 항암제)에도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대안으로 처방되는 약물이라는 뜻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부터 렉라자의 1차 치료제 허가 확대를 준비해 왔다. 지난해 10월 EGFR 변이 양성 비소폐암 1차 치료제로 다국가 임상 3상 결과를 도출해 냈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3월 식약처에 1차 치료제로 국내 품목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임상 3상 분석 결과 렉라자는 1세대 비소세포폐암 항암제인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니브)보다 환자 사망 위험을 55%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렉라자의 차기 목표는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다. 렉라자는 현재 2차 치료제로만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국내 비소세포폐암 항암제 시장은 렉라자와 동일한 표적항암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압도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국내 비소세포폐암 항암제 시장 규모를 1200억 원으로 집계하는데, 타그리소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1065억이었고, 같은 기간 렉라자 매출은 161억 원이었다. 하지만 타그리소는 국내에서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지만, 건강보험은 등재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는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 건강보험 급여까지 적용 받게 되면 타그리소 중심의 국내 시장을 뒤집을 수 있다고 본다. 건강보험에 등재된 1차 치료제는, 암 환자가 약값의 5%만 부담하면 쓸 수 있다. 건보 등재만 되면 가격 경쟁력에서 타그리소보다 훨씬 앞서게 된다.

유한양행은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 건보에 등재되기에 앞서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약제를 제공하는 인도적 프로그램(EAP)을 운영할 계획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신약을 시장에 안착시키고,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측면에서 이 같은 방식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렉라자가 1차 치료제로 건보 등재가 될 때까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 석권 이후 렉라자에 남은 도전 과제는 약 25조 원 규모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 글로벌 제약사인 얀센 바이오테크와 렉라자 공동개발 계약을 맺고 한국외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넘겼다. 두 회사는 렉라자가 국내에서 1차 치료제 허가를 받은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에 나설 계획을 밝혀 왔다.

두 회사의 경쟁 상대는 지난해 약 6조5000억원(54억 4000만 달러)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한 타그리소다. 유한양행과 얀센은 얀센의 이중 항체 항암제인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렉라자를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1위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를 투여한 환자군과 렉라자와 리브리반트를 함께 투여한 군을 비교하는 임상인데, 이르면 올해 안에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 임상에서 타그리소를 뛰어넘는 결과를 내기만 하면 글로벌 시장 공략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된다.

의약품 시장조사 전문업체 글로벌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글로벌 비소세포폐암 시장 규모는 약 25조원(192억 달러)으로 오는 2025년 약 35조원(268억 달러)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유한양행은 “렉라자는 특정 변이를 타격하기 때문에 부작용도 적고, 뇌혈관장벽(BBB)을 뚫고 약물을 전달할 수 있어 폐암이 뇌로 전이된 환자에서도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나 시장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렉라자는 먹는 약으로 하루 한 번 80㎎짜리 알약 3정을 식사 관계없이 복용하면 된다. 김열홍 유한양행 R&D 총괄 사장은 “국내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은 EGFR 변이 양성 유병율이 높은 편인데, 이번 1차 치료제 허가를 통해 더 많은 환자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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