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미래] 평서문 인생과 의문문 인생
한 사람이 자주 쓰는 문장을 살피면, 그가 인생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다. 평서문을 자주 쓰는 사람은 세상을 객관적으로 보는 사람이다. 그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즉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려 애쓴다. 그에겐 장점이 있다. 정확히 보지 못하면, 무얼 해도 헛걸음질하기 쉬운 까닭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머무르면서 가만히 견디고, 웅크려서 안주하기 쉽다. 평서문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단단한 장벽에 둘러싸여 고인 물처럼 잘 변하지 않는다.
'읽기'(리시울 펴냄)에서 가야트리 스피박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평서문에 의문부호를 다는 일이 상상력"이라고 말한다. 상상력을 발휘해 의문문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비 온다'를 '비는 왜 오는가?'로 바꾼다. 그는 똑같이 주어진 세상에서 남들과 다른 것을 보고, 존재의 원인과 이유를 질문하며, 더 나은 삶을 꿈꾼다.
상상력이 있는 사람은 비에서 쏟아지고픈 마음을 발굴한다. "쏟아지고 싶은 것이/ 비를 아는 마음이라면/ 그 마음/ 누구에겐가 쏟아지고 싶다./ 퍼붓고 싶다."(천양희, '비') 그는 같은 풍경에서 다른 풍경을 찾아낸다. 스피박은 이를 세계 형성이라고 부른다. 질문이 낳은 통찰을 주어진 세계를 바꾸는 도구로 사용해 새로운 세계를 이룩하는 일이다.
의문문 인생을 사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자기 모습을 끝없이 바꾼다. 상상력은 존재 혁신의 유일한 동력이다. 그러나 상상력은 절로 자라지 않는다. 스피박은 상상력을 훈련하는 실천이 읽기, 특히 문학 작품을 그 세부에 주목하면서 천천히, 깊게 읽어나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읽기는 끈질기게 참고 견디면서 타자의 언어를 습득하는 일이다. 문학을 통해 우리는 자기 감각 체계와 사유 방식을 벗어나 다른 사람처럼 느끼고 행동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스피박은 문학 작품에서 여성과 하인의 언어, 즉 약자의 언어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강자의 언어는 동어반복적이다. 그들은 자신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약자는 다른 사람의 상태와 기분을 살피며 살아간다. 살피는 눈을 하이퍼카섹시스(hypercathexis)라고 한다. 주어진 세상을 넘치게(hyper), 즉 그 가능성까지 따지면서 주의를 집중(cathexis)하는 일이다. 살피는 눈이 있을 때, 우리는 다른 세계를 떠올릴 수 있다.
읽기의 목적은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살피는 눈을 얻어 자기 사유 습관을 벗어나는 일이다. 읽기를 꾸준히 수행할 때, 우리는 의문문 인생을 살 수 있다. 혁신의 힘을 얻고자 할 때, 무엇보다 읽기를 북돋워야 하는 이유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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