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경제산책] 아, 홍콩이여!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에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지원으로 홍콩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였다. 대학 평가기관의 순위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전 세계 대학 평가를 하는 THE에 따르면 홍콩대는 3년 연속 아시아 1등을 차지하기도 하였다.
매 학기 홍콩 대학생들에게 본인 소개를 부탁하였는데 질문 중에 future career, 즉 미래의 직업에 대한 것이 있었다. 이 질문에 홍콩 대학생은 어떻게 답할까? 슬프게도 홍콩 학생들의 80% 이상은 외국에서 취업하고 싶다고 답하였다. 참고로 이 80%는 2015년에서 2018년까지의 평균값이며 해당 학생 수는 400명이 넘는다. 그때가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이 통과하기 전이었는데도 대학생들은 이미 베이징의 홍콩에 대한 압력을 느끼고 있어 홍콩을 영원히 떠나는 것이 미래의 꿈이었던 것이다.
홍콩 대학생들에게 질문을 하나 더 해보았는데 '다른 나라에서 취업을 한다면 어느 나라에서 하고 싶은가?' 하는 것이었다. 그 대답은 예상대로 미국, 영국이 가장 많았고 놀랍게도 그다음이 바로 한국과 일본이었다. 홍콩 대학생들은 미국에 가서 일하고 싶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한국에서 일하고 싶다는 것이다.
홍콩을 떠나고 싶어하는 것은 대학생들만이 아니다. 2020년 이후 중국이 홍콩을 실제적으로 지배하게 되면서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아직 홍콩에 아시아 지역 본부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탈출이 본격화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홍콩을 떠나야 하는지, 떠나게 된다면 어느 곳이 가장 적절한 장소인지 고민하고 있다.
금융의 모습은 화려하고 기교적으로 보이지만 기본은 자유로운 의사 결정과 상호 신뢰다. 가장 간단한 금융거래인 은행에 계좌를 열 때도 어느 은행을 고를지 하는 자유와 그 은행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우리는 아마도 여윳돈을 집에 보관하려 할 것이다.
작년에 아시아 증권산업·금융시장 연합회(Asia Securities Industry & Financial Markets Association) 대표는 홍콩정부에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일부 회사들은 홍콩 밖으로 업무를 옮기고 있고 현재의 상황은 금융회사들이 홍콩에서 영업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항의하였다.
현재 홍콩을 떠나는 금융회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택지는 또 다른 아시아의 금융허브 싱가포르다. 그렇다면 홍콩을 떠나는 글로벌 금융회사들을 우리나라에 유치하여 국내 금융산업 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까? 그동안 우리나라가 아시아 금융허브가 되려는 노력에는 중요한 문제가 빠져 있는데 바로 세금 문제다. 이 문제는 내국인·외국인 간 소득세 차별의 이슈가 있어서 모두가 조심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홍콩에서 일하는 금융인들이 워낙 고소득자여서 소득세에서 손해를 보면서 서울로 옮길 이유가 없다.
국적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현재 고소득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소득세율은 홍콩 17%, 싱가포르 22%, 그리고 우리나라는 19%다. 단순히 비교하면 소득세율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에 비하여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금융회사 경력이 있는 인력에 대하여 추가적인 소득세 감면을 추진한다면 서울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제조업의 성공을 바탕으로 상하이 중심의 아시아 금융허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홍콩의 금융회사와 인력이 탈출하더라도 중국의 금융회사와 인력으로 메꾸려 할 것이다. 하지만 IMF와 세계은행의 보고서에서 지적하듯이 금융시장의 전문 인력 양성에는 최소한 1세대 이상이 걸린다. 지금 홍콩에 있는 최고 수준의 금융인력 양성에는 가늠할 수 없는 긴 시간이 소요됨을 의미한다. 이번 글은 좀 심심하여 홍콩에서 우리나라로 이사 오기를 바라는 금융기관들을 증권·자산운용, 은행, 보험, 컨설팅의 순서로 나열해보았다. 선정은 객관적 기준 없이 순전히 주관적인 기준에 의하여 정해졌음을 밝힌다. 각 분야에서 한 회사만 오더라도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승수효과가 있을 것이다.
[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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