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차별 전문 인권위원’ 사라진 인권위···시민단체 “장애인 인권 외면한 결정에 유감”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재직해 온 서미화 인권위원 후임으로 탈북자 출신 이한별 북한인권증진센터 대표가 30일 취임했다. 시각장애인 인권운동가 출신인 서 전 위원의 후임에 비장애인이 임명된 대 대해 인권단체들은 “장애인 인권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이 인권위원에 임명돼 왔던 배경과 이유를 외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천주교인권단체와 국제민주연대 등 6개 시민단체가 모인 인권정책대응모임은 전날 성명에서 “2008년부터 인권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시정기구 역할을 해왔고, 장애 인권 운동 경험과 감수성을 지닌 채 장애 차별을 판단할 수 있는 인권위원이 필요해왔다”며 “장애인 인권 전문성을 가진 인권위원이 계속 활동할 수 없게 돼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포함해 장애인 인권운동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정부의 결정이 우려된다”고 했다.
인권정책대응모임은 유엔이 현 정부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시위 탄압을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클레망 불레 유엔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노인과 장애인을 포함한 집회 참여자들을 탄압한다는 주장에 대해 한국 정부에 우려를 표했고, 인권활동가 박경석씨를 체포한 사실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인권정책대응모임은 “유엔의 우려와 권고에 따라 한국 정부가 인권문제를 개선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북한인권 분야에서 활동해온 이한별 위원 역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이 위원이 장애인 인권문제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주목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신임 위원은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의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 행보가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는 중차대한 상황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의 이해가 아닌 인권위법에 규정된 인권에 근거해 활동하길 기대하고, 국가인권기구의 핵심인 독립성을 잘 지켜나갈지 면밀히 지켜볼 예정”이라고 했다.
앞서 인권위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는 인권위원 후보로 이한별 위원을 비롯해 김영희 서강대 인권·성평등센터 상담교수, 이영미 충북여성장애인연대 이사, 임경미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 충북지부장 등 4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 인권운동 활동가 출신이자 장애 당사자가 후임자로 임명돼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난 21일 “장애 문제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국내법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등 국제법에 대한 이해, 복지와 인권에 대한 기본 지식 등 장애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다”며 “인권위 비상임위원은 반드시 장애를 가진 당사자가 지명돼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이 위원을 인권위원으로 임명했다. 이 위원은 올바른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한 시민모임 간사(2014~2016), 탈북난민인권침해신고센터 소장(2013~현재),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위원(2023~) 등을 지냈다. 인권위 비상임위원 임기는 이날부터 3년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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