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제주 골퍼’ 임진희, 어떻게 3승의 선수가 됐나

황효이 기자 2023. 6. 3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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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지만 꾸준히 열심히 하면 잘될 것 같았다”
정규투어 데뷔 이후 약 3년 동안 무명 생활
디펜딩챔피언으로 출전하는 맥콜-모나 용평 오픈서 통산 4승 달승 여부 관심 집중
2022 맥콜 모나 파크 오픈에서 우승을 기록한 임진희. 갤럭시아SM 제공



‘초등학교 5학년’ 또래보다 늦은 나이 골프를 시작했다. 그 역시 방과 후 수업이었다. 본격적으로 선수를 준비한 건 ‘중학교 3학년’. 당연한 절차일지 모른다. 정규투어 데뷔 이후 3년 동안 무명 생활을 보냈다.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에 묵묵히 연습에 연습을 더했다.

2021년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깜짝 우승했다. 이후 승승장구했다. 작년 맥콜-모나파크 오픈에 이어 올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까지 2승을 추가했다. 통산 3승의 임진희, 디펜딩챔피언으로서 출전하는 맥콜-모나 용평 오픈에서 통산 4승을 이룰 수 있을까. 그가 걸어온 길을 함께 되짚어 보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골프를 접했고,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준비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라고 알고 있다. 골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들이 궁금하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방과 후 활동으로 일주일에 1시간씩 2번 골프를 했다. 재밌게 배우던 중 집 앞에 조그만 연습장이 생겼다. 아버지께서 먼저 등록하셨고, 나 역시 따라다니면서 더 많이 연습할 수 있게 됐다. 6학년 때는 도대회에 처음 출전했는데, 제주도에서 골프를 하는 여학생이 많지 않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중학교 때는 오전에 학교 수업, 오후에 골프 연습을 했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골프 선수, 일반 고등학생 사이에서 고민이 많았다. 결국 함평골프고등학교로 진학했다. 본격적으로 골프 선수라는 꿈을 꾸게 된 시점이다.

- 어렸을 적 임진희는 어떤 성격과 성향의 사람이었나.

평범했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또래 학생들처럼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착한 10대 여자아이였다.

- 골프의 어떤 점에 매료돼 지금까지 열심히 선수 생활을 하고 있나.

어렸을 적에는 마냥 골프가 멋있어 보였다. 특히 내 손으로 골프공을 힘껏 날릴 때 뿌듯했다. 또래보다 체격이 좋았던 편이라 주변에서 박세리 감독님처럼 멋진 선수가 될 것이라 바람을 많이 넣기도 했다.

- 어려서부터 골프에 재능을 보였는지. 혹은 그런 평가를 많이 받았는지.

또래보다 힘이 좋았다.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열심히 하기도 했다. 이에 도대회 성적도 준수했다. 골프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 어렸을 적 다른 분야에도 재능을 보였거나 관심이 있었는지.

골프를 접하기 전에는 검도를 배웠다. 학교가 끝나면 검은색 도복을 입고 도장에서 신나게 소리치며 즐겁게 놀았다. 1단까지 했지만 골프를 시작하며 아쉽게 그만 다니게 됐다.

- 주니어 선수 시절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중학생 때는 학업과 골프 선수 중에서 고민하느라 어느 한 곳에 매진하지 못했다. 당연히 전국 대회 성적도 좋지 않았다. 함평골프고등학교로 진학하며 골프에 매진했지만, 성적이 따라오지 않아서 힘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집을 떠나서 엄마와 단둘이 외로운 타지 생활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

-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만두고 싶은 적은 없었다. 막막했던 주니어 시절을 잘 버티고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생각 외로 2016년 점프투어에서 성적이 좋았다. 상금순위 2위를 기록했다. 이후 2017년 드림투어에서는 상금순위 4위로 정규투어 시드를 받았다. 하지만 정규투어는 만만치 않았고, 시드전을 다시 치러야 했다. 그럼에도 막연하지만 열심히 하면 잘 될 것 같았다. 아직도 그렇게 생각한다.

- 2018 시즌 정규투어 데뷔 후 약 3년 동안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을 보냈었던 것 같다.

2018년 루키 시즌의 나에게 칭찬해 주고 싶다. 모든 것이 서툴렀지만 최선을 다했다. 시드순위전마저도 좋은 경험이었다. 2019년도는 참 어려운 해였다. 정규투어 시드순위전에서 아쉬운 성적을 냈다. 다시 떠올려 보면 두려움이 많았던 것 같다. 2020년에는 시드순위전을 잘 치렀다. 결국 2021년에 정규투어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험난한 과정을 거치며 우승이 올 것이라는 기대는 미처 하지 못했다.

-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1 우승,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대회일 것 같다. 인터뷰에서 눈물도 보였다.

3라운드 종료 기준, 선두와 5타 차로 파이널 라운드를 맞았다. 챔피언조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 1시간 먼저 경기를 마쳤다. 우승에 대한 기대보다는 연장전에 갈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 조가 끝나기 전까지 연습하고 있었다. 당연히 집중은 힘들었다. 막상 우승을 확정 지었을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아 떨리지 않았는데, 긴장이 풀어지면서 인터뷰 때 눈물이 났다. 부모님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

- 우승할 수 있었던 주요한 요인은 무엇인가.

두 가지인 것 같다. 첫 번째는 기대감을 많이 가지지 않아서였다. 기대했다면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갔을 것이다. 두 번째는 퍼팅이다. 대회 기간 유독 퍼팅이 잘됐다.

- 평소 연습은 어떻게 하는지.

정규투어 데뷔 전에는 시간이 많아 연습 시간이 충분했다. 그래서 먹고 자는 시간을 빼고는 모두 연습과 체력운동을 했다. 지금은 시간이 부족해 경기 끝나고 돌아오면 간단한 운동을 하고 샷 점검, 숏 게임을 조금씩 정리한다.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임진희. 갤럭시아SM 제공



- 첫 우승 이후 현재까지 계속해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시즌 빠르게 1승을 거뒀다. 다음 목표는 무엇인지.

올 시즌을 앞두고 동계훈련을 아쉽게 마무리했다. 그럼에도 빠르게 우승을 기록해서 좋다. 마침 대회 동안 컨디션도 좋았었다. 모든 선수의 바람이 우승이고 다승일 것이다. 나 역시 다승을 하고 싶다. 우승에 집착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경기하면 다시 한번 좋은 결과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 2023 시즌 목표가 다승이라고 했다. 이제 1승이 남았는데, 다음 시합은 좋은 기억이 있는 맥콜-모나 용평 오픈 대회다.

흐르는 물에 두 번 손 씻을 수 없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디펜딩챔피언이지만 다른 선수와 같은 처지라고 생각한다. 골프장 안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임진희는 어떤 사람인가. 때로는 해맑은 소녀의 모습, 때로는 진지한 골퍼의 모습이 보인다.

우선 보이는 그대로 25살의 여자 운동선수다. 잘하는 건 골프고 그 외의 모든 건 서툴다. 나름 잘 웃는 편이고, 맛있는 음식과 잠자는 걸 좋아한다. 취미는 먹고 자는 것이다.

안강건설에서 준비한 아이스크림 푸드트럭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임진희. 갤럭시아SM 제공



- 아이스크림 이야기만 나오면 표정이 밝아지곤 한다.

나에게 아이스크림은 군것질 그 이상의 의미를 가져다준다. 주니어 시절부터 골프를 잘 치면 기념으로 사 먹었고, 못 치면 위로하기 위해 사 먹었다. 그리고 빵과 초코 두 개를 합친 빼빼로 역시 내게 중요하다.

- 지금까지 골프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궁금하다.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1을 우승한 것이다. 아무도 나의 우승을 예상하지 않았다. 여러 명의 선수가 마지막 홀에서 버디 퍼트에 실패했다. 마치 홀 컵이 닫혀버린 것처럼 보였다. 우승이라는 결과는 나를 위해 기도해준 부모님과 스폰서 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길게 봤을 때 골프 인생에 있어 임진희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선 LPGA로 진출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Q스쿨 통과를 해야 한다. 전 세계의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하며 좌절도 겪고 짜릿한 성취도 얻으면서 폭넓은 경험으로 성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황효이 온라인기자 hoyf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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