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수사 마무리...친모는 구속 송치, 친부는 불송치?
자녀 2명을 출산하고 곧바로 살해한 뒤 시신을 수년간 냉장고에 보관해 온 30대 친모와 관련된 경찰 수사가 종료됐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30일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를 받는 고모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살인 방조 혐의로 형사입건됐던 남편 이모씨에 대해선 혐의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했다.
고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병원에서 여아와 남아를 출산한 뒤 살해해 집안 아파트 냉장고 냉동실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남편 이씨와의 사이에 12세 딸, 10세 아들, 8세 딸 등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 고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다시 임신하게 되자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고씨를 영아살해죄로 체포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으나, 수사를 거쳐 살인죄를 적용해 송치했다.
우선 고씨는 2018년 11월 3일 오후 2시쯤 군포시 소재 병원에서 딸을 출산하고, 이튿날 퇴원해 수원시 장안구 소재 자택에서 저녁쯤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경찰에 진술했다. 그는 딸의 시신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집 안 냉장고 냉동고에 보관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후 한 차례 더 임신한 고씨는 2019년 11월 19일 정오쯤 수원시 소재 한 여성병원에서 아들을 낳고, 다음날 저녁 퇴원해 아들을 안고 귀가하던 중 집 근처에서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의 시신 역시 첫번째 범행과 마찬가지로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해왔다.
고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경제적 어려움’이라고 경찰에 진술했다. 고씨는 이미 남편 이씨와의 사이에 3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고씨는 범행과는 별개로 2017년 낙태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씨는 2018년 임신 당시에도 임신중절술을 알아봤는데, 수백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부담되자 남편 몰래 출산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는 2018년 1차 사건의 경우 출산 후 범행을 결심, 딸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2019년 2차 사건 당시에는 출산에 앞서 이씨와 상의해 낙태하기로 했는데, 비용 부담을 이유로 임신 중 범행하기로 마음 먹고 아기를 낳았다. 넷째 자녀이자 1차 피해자인 딸은 살해 후 4년 7개월, 다섯째 자녀이자 2차 피해자인 아들은 3년 7개월간 각각 냉장고 안에 보관돼온 것이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고씨가 이씨를 속였고, 이씨 역시 이를 알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고씨는 시신을 냉장고에 유기한 동기에 대해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은 고씨의 범죄 사실에 미뤄볼 때 살인죄 적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당초 적용했던 영아살해죄에서 살인죄로 혐의를 변경했다.
경찰은 당초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이어오다 살인 방조 혐의를 적용, 피의자로 전환해 입건했던 남편 이씨에 대해서는 불송치했다. 고씨의 범행을 몰랐을리 없다는 의혹을 받아온 이씨는 경찰 수사 결과, 뚜렷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
경찰은 범행 시기를 전후해 고씨와 이씨 사이에서 오간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체 분석한 결과 이씨가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차 사건이 발생한 2018년 무렵 두 사람 간에 임신이나 출산과 관련한 대화는 아예 없었고, 2차 사건이 일어난 2019년 당시에는 낙태에 대한 대화만이 다수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2018년 당시에는 아내 임신 사실 자체를 몰랐고, 2019년에는 낙태했다는 말을 믿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2018년 범행 당시 고씨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보호자 서명란에 이씨의 이름이 적혀있었다는 사실과 관련, 유의미한 증거가 아니라고 봤다. 고씨가 허위로 서명을 했다고 진술한 데다, 이씨는 임신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어서 병원에 간 정황이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경찰은 고씨가 이씨 몰래 두 아기를 낳아 살해하고 시신을 보관한 것으로 결론 냈다.
고씨 부부는 지난해 12월 현재 주소지인 수원 장안구 아파트로 이사를 왔는데, 이사 당시에도 시신을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냉장고에 시신을 그대로 둔 상태로 옮겼는지 등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씨는 아내 고씨나 집안일 등에 무관심해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른 상태였고, 지난 21일 경찰의 압수수색 당시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이날 즉시 수사에 돌입했다. 앞서 검찰은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경찰과 합동 회의를 갖고, 전담 검사 2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검찰 송치과정서 혐의가 변경된 만큼, 검찰은 공소 제기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수사 당국은 고씨가 출산 후 만 하루 이상이 지나 제3의 장소로 이동해 범행한 점, 2년 연속으로 자신이 낳은 생후 1일짜리 아기를 살해하는 동일한 범죄를 저지른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을 영아살해 사건이 아닌 일반 살인 사건으로 보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형법상 영아살해죄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혹은 양육할 수 없다고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살인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10년 이하’로 형의 상한선을 둔 영아살해죄보다 형량이 무겁다.
또 경찰은 고씨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범행 이유로 들고 있지만, 살해할 정도로 빈곤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씨와 이씨는 각각 콜센터에서 근무했는데 실제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형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차상위계층이었다.
이씨에 대한 기소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발견될 수도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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