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파라오도 ‘식집사’였다···집안 식물이 다시 보인다[책과 책 사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실내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삭막한 격리 생활 속에서 새 잎을 올리고 자라나는 ‘작은 자연’의 모습에 위로와 기쁨을 얻었다. ‘식집사’라는 말이 이제 낯설지 않다. ‘식테크’라는 말도 나타났다. 고가의 ‘희귀식물’을 비싼 값에 사들여 ‘한몫’하고자 하는 이들이 생겨난 것이다. <몬스테라 알보로 시작하는 식테크의 모든 것>(시월)이란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하지만 식물은 자라고 퍼져나간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식테크 거품이 파스스 꺼지면서 한때 금값이었던 식물값이 폭락하기도 했다.
실내에서 키우는 식물들은 대부분 열대 지방에 사는 야생식물이다. 정글에서 키가 크고 빽빽한 나무 아래에서 적은 빛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열대의 관엽식물들이 주로 실내에서 부족한 빛으로도 키우기 적합한 식물로 여겨진다. <실내식물의 문화사>(교유서가)는 집안, 사무실 등 실내공간의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주며 ‘작은 초록’을 담당하고 있는 식물들이 어디서 왔는지 그 역사를 흥미롭게 다룬다. 대부분 열대·아열대 지방 출신의 실내 식물들은 이국적 취향에 대한 선망과 맞물려 국가와 대륙을 오갔다. 고대 이집트의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는 신전에서 키울 유향나무를 구하기 위해 원정대를 파견해 식물을 채집했는데, 책은 “원예에 대한 우리의 열정을 자극하는 ‘이국적’인 것에 대한 숭배”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식물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카리브해·남미 원산의 디펜바키아는 독성을 갖고 있어 약품으로 사용됐는데, 노예무역 시절 노예들에게 형벌 도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화려함을 뽐내는 칼라디움과 베고니아는 프랑스 세기말 작가들에게 타락과 부패의 상징으로도 여겨지는 등 문학적으로도 많은 영감을 제공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실내에서 다소곳이 자라고 있는 몬스테라, 산세비에리아 등을 다시 보게 될 것이다. 이들이 원래 살던 열대의 풍경, 우리 집으로 오기까지의 여정이 눈앞에 펼쳐질 테니.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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