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아버지 힘들게 해 죄송” 학대 받고도 자책한 12세 아이 일기장엔...
“무릎 꿇고 벌섰다... 의자에 묶여있었다” 내용도
“어머니가 제 종아리를 치료하시고 스트레스를 받으시고, 가족들도 힘들게 만들어서 죄송하다.” 계모의 학대로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12살 초등학생의 사망 전 일기장에는 학대를 당하고도 도리어 자신을 자책하는 내용의 글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의 심리로 30일 열린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기소된 계모 A(42)씨의 3차 공판에서 학대로 사망한 의붓아들 B(사망 당시 12살)군의 일기장이 공개됐다.
B군은 지난해 6월 1일 일기에서 “어머니께서 오늘 6시 30분에 깨워주셨는데 제가 정신 안 차리고 7시 30분이 돼서도 (성경을) 10절밖에 안 쓰고 있었다”며 “어머니께서 똑바로 하라고 하시는데 꼬라지를 부렸다”고 했다. 또 “매일 성경 때문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잠을 못 주무셔서 힘드신데 매일매일 6시 30분에 깨워주셔서 감사한데 저는 7시 40분까지 모르고 늦게 나왔다”며 “어머니께서 제 종아리를 치료하시고 스트레스받으시고 그 시간 동생들과 아버지께서도 힘들게 만들어서 죄송하다”고 했다.
체벌 내용도 일기장에 적혀 있었다. B군은 같은 해 12월에는 “무릎을 꿇고 벌을 섰다”라거나 “의자에 묶여 있었다”고 썼다.
A씨는 이날 최근 출산한 신생아를 안고 법정에 출석해 B군의 일기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A씨는 “가족들과 나들이 가는 날도 있고 여러 날이 있었는데 일기장에는 일부 내용만 쓴 거 같다”며 “일기장에 잘못했던 것 돌아보면서 쓰도록 해서 (자책하는 내용이 쓰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또 학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양육 노력을 했고 범행 당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정신·육체적으로 매우 힘들었다”며 “감당이 안 돼서 시댁에 내려가는 방법도 알아보고 있었고 유학도 추진하고 있어서 남편과 의논해야 하는데 크게 대화할 수 있는 상황 아니었다”고 했다. 또 “(B군에 홈스쿨링을 시키면서) 아이가 음악을 좋아해서 기타나 피아노 등 음악 공부를 많이 했다”며 “학습지도 하고 공부도 했는데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공부보다는 하고 싶은 거 하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덧붙였다.
◇11개월간 50차례 학대... 몸무게 38㎏→29.5㎏
A씨는 지난해 3월 9일부터 지난 2월 7일까지 11개월 동안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에서 의붓아들 B군을 반복해서 때리는 등 50차례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A씨는 지난해 4월 태아를 유산하자 모든 원망을 B군에게 쏟아내며 점차 심하게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친부인 C씨도 2021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드럼 채로 아들 B군을 폭행하는 등 15차례 학대하고, 아내 A씨의 학대를 알고도 방임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사람의 범행 정황은 공소장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A씨가 B군을 처음으로 학대한 건 지난해 3월 9일이었다. 그는 B군이 돈을 훔쳤다는 이유로 드럼 스틱으로 종아리를 10회가량 때렸다. 학대의 강도는 점점 강해졌고, 빈도도 잦아졌다. 플라스틱 옷걸이, 선반 받침용 봉도 체벌에 쓰였다. 연필로 B군의 다리와 몸을 수십회 찍기도 했다.
B군의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는 명목으로 지시했던 성경 필사도 학대의 도구가 됐다. 성경필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시간 동안 벽을 보고 무릎을 꿇고 있게 하거나, 5시간 동안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성경책 필사를 하도록 하기도 했다. 아침 반성 시간에 방 밖으로 나왔다는 이유로 눈을 가리고 의자에 묶어 둔다거나, 감시용 홈캠을 쳐다봤다는 이유로 무릎 꿇고 벌을 세우는 식이었다.
결국 B군의 체중은 2021년 12월 38㎏에서 2023년 2월에는 29.5㎏으로 급격히 줄어들었고, 사망 당시 온몸에서 멍과 상처가 발견됐다. A씨는 B군이 숨지기 며칠 전에도 전신을 수십회 때리고 16시간 동안 의자에 묶어뒀다. 결국 B군은 이어진 학대와 내부 출혈로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의 상태가 됐다. 아이는 끝까지 A씨의 팔을 붙잡으며 잘못에 대해 사과했지만, A씨는 B군의 가슴을 양쪽으로 밀쳤다. B군은 뒤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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