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업계 투톱' GC녹십자·SK바사, '불성실 공시' 해프닝…이유는

(서울=뉴스1)

최근 백신업계 투톱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연이어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은 배경은 변경된 '독감 백신 국가예방접종(이하 독감 NIP)' 정부 조달시스템인 것으로 파악됐다. 백신 제조사가 도매상을 통해 정부와 계약을 맺은 이전 조달시스템 상에서는 계약에 따른 제조사 공시 의무가 없었지만, 이제 제조사와 정부가 직접 계약을 맺게 되며 공시 의무가 생긴 상황. 양사 모두 이를 감안하지 못하고 뒤늦게 공시를 해 벌어진 일이었다.

3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달 들어 한국거래소로부터 조달청과 맺은 백신 공급 계약 사실을 뒤늦게 공시한 사유로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았다.

먼저 지정 예고를 받은 건 SK바이오사이언스였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8일 조달청과 맺은 최근 회사 매출 5.64%에 해당하는 규모의 2023~2024절기 독감 백신 공급 계약 관련 공시를 계약 시점으로부터 6일이 지난 14일 공시했고 거래소로부터 15일 지연 공시에 따른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았다.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대규모법인의 경우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의 2.5% 이상의 단일 판매·공급 계약을 체결할 시, 관련 내용을 해당 사유 발생일 당일에 거래소에 신고해야 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매출액 5.64% 비중의 계약을 계약 시점으로부터 6일이 지난 뒤 공시했으니 이 규정을 위반해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게된 셈이다.

GC녹십자는 매출액 3.36%에 해당하는 계약 사실을 지난 27일 공시했고, 공시 당일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았다. GC녹십자의 경우 지난 8일 조달청과 체결된 2023-2024절기 독감 백신 공급 계약 관련이 아니었다. GC녹십자는 2022년 체결한 2022-2023절기 독감 백신 공급계약 사실을 1년여가 지난 이달 27일 공시한 사유로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게 됐다.

백신업계 양대 산맥인 두 업체가 독감 백신 공급계약 탓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례적 일에 배경에 관심이 쏠렸고, 머니투데이 취재 결과 양사 모두 2021년 바뀐 독감 NIP 정부 조달시스템을 공시 사유 발생 시점에 인지하지 못한 탓인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정부 조달시스템은 도매업체가 백신 제조사로부터 백신 공급확약서를 받아 정부 조달을 낙찰받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일부 도매업체가 공급확약서를 받지 못해 유찰이 나는 문제가 발생해 제조사가 정부와 직접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이처럼 바뀐 조달시스템 하에서는 직접 계약 당사자가 제조사이기 때문에 계약이 체결되는 즉시 회사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넘어설 경우 공시 의무가 발생한다. 양사 모두 이처럼 바뀐 계약 방식을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가 공시가 늦어져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받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유가증권시장은 추후 심의를 거쳐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여부와 부과벌점 및 공시위반제재금의 부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각 사의 이의신청이 없고 위반의 동기가 고의·중과실이 아니고, 위반의 중요성이 중대한 위반이 아니며 과거 1년간 공시의무 위반사실이 없는 경우에는 심의가 생략될 수 있다. 거래소는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 여부를 재공시할 예정이다. 관련 부과벌점이 10점 이상이 되는 경우에는 지정일 당일 1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