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주가조작 과징금 2배…“개미 피눈물 엄벌”(종합)
부당이득 산정방식 법제화, 자진신고 감면도
과징금 부과 기준·구체적 산정 방식, 시행령에
금융위·금감원 “주가조작 엄벌, 일벌백계 추진”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주가조작 등 증권범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1월부터 제재가 강화될 전망이다. 과징금을 부과하는 세부적인 방식은 올해 하반기에 논의될 예정이어서 시행령 논의도 주목된다.
국회는 30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같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처리했다. 이 개정안은 윤관석·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에 금융위원회 의견이 반영된 대안으로 지난 4월6일 정무위, 이달 29일 법사위를 각각 통과한 것이다.
이 개정안은 올해 4월·6월 두 차례 주가조작 사태가 터지면서 ‘주가조작 처벌법’, ‘금융사기 환수법’으로 주목받은 법안이다. 당초 국민의힘 법사위원, 법원행정처가 지난 2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안 처리에 반대했으나 지난 29일 입장을 선회했다. 금융위 김주현 위원장·김소영 부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주가조작 일벌백계’를 강조하며 법안 처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법 개정은 현행 주가조작 솜방망이 처벌을 개선하기 위한 취지로 입법이 추진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현재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처벌까지 평균 3년(심리·조사 약 11개월, 수사 약 13개월, 재판 약 13개월)이나 걸린다. 불공정거래로 고발·통보된 사건 중 기소가 안 된 불기소율은 53.5%(2016~2021년 수사완료건 기준)에 달했다.
이는 부당이득 입증·금액 산정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처벌 규정도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주가조작단 등이 챙긴 부당이득은 벌금, 징역 가중 등의 기준이 되나,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산정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이 결과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 이득을 얻은 뒤 몇년 간 형벌만 받고 끝나는 경우가 잇따랐다. 증권범죄에 대해 신속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가 이뤄지지 못한 셈이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에는 △과징금 제재 신설 △부당이득 산정방식 법제화 △자진신고자 제재 감면 등의 내용이 담겼다. 우선 과징금의 경우 벌금과 별도로 불공정거래로 얻은 불법이익(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환수하는 과징금 제재가 신설됐다. 부당이득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40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부당이득의 경우 부당이득의 산정기준을 위반 행위로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총수입-총비용)으로 규정했다. 불공정거래 위반 행위를 자진신고하거나 타인의 죄에 대해 진술·증언하는 경우 형벌이나 과징금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리니언시·플리바게닝)도 포함됐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의 법률 공포 절차를 거친 뒤 6개월 후인 내년 1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법 시행일에 맞춰 시행령 등 하위규정 개정 작업도 조속히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하위 규정에는 △과징금 부과 기준·절차 △위반행위 유형별 부당이득의 구체적인 산정방식 △자진신고 시 과징금 감면 기준·절차에 관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 다단계 금융 사기극을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는 2009년에 징역 150년, 종식형을 선고받았다”며 “우리나라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주가조작단이 죄의식 없이 개미들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극복하려면, 자본시장 제도개선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불공정거래는 다수의 선량한 투자자와 청년들의 미래를 빼앗고 시장질서를 어지럽히는 중대한 위반 행위임에도, 그동안 엄벌은 내려지지 않고 오히려 수법이 고도화·지능화 됐다”며 “개정안은 주가조작범을 엄벌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김광일 공정시장과장은 “개정안 통과로 국민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자본시장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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