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부·서울시, 론스타에 세금 1682억원 반환해야”

서울중앙지법 /김영민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부과했던 세금 등 1682억원을 돌려줘야 한다는 1심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취소된 미환급 세액을 반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재판장 이승원)는 30일 론스타펀드 등 9곳이 대한민국 정부와 서울시 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1530억원을, 서울시가 152억원을 각각 론스타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론스타는 외환위기 이후인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여 2011년 하나금융에 매각하면서 약 4조600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당시 국세청은 론스타가 거둔 수익에 대해 8500억원에 달하는 소득세와 법인세를 부과했다. 론스타는 세무당국의 부과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17년 10월 론스타에 부과한 세금 중 1700억여원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론스타는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갖고 있지 않은 외국법인으로 과세가 위법하다는 취지였다. 국세청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론스타에 부과한 1700억원대 법인세 처분을 취소했다.

론스타는 취소된 법인세 중 1600억여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2017년과 2018년 각각 정부, 서울시·강남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론스타 측은 국세청이 법인세를 부과한 2012년부터 지연된 이자를 포함해 총 3000억원을 돌려 달라고 요구해왔다.

재판부는 론스타가 정부와 서울시를 상대로 청구한 미환급 세액 원금 부분은 모두 인정했다. “원천징수 관계가 그대로 남아있어 원천납세의무자인 론스타가 이미 원천징수된 세액 반환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소송 비용도 정부와 서울시가 모두 부담토록 했다.

다만 론스타 측이 세금 반환이 늦어졌다며 요구한 이자(지연손해금)는 일부만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판결 선고일까지 지연손해금은 소송촉진법이 정한 연 12%가 아닌 민법상 연 5% 비율로 계산해 지급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소송이 계속되던 중 원천징수 판결이 확정된 사정 등에 비춰보면 대한민국 정부가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를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