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주자들, 혼란 속 치러진 차이콥스키 콩쿠르 무더기 입상

김소연 2023. 6. 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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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김계희, 첼로 이영은, 성악 손지훈 우승 
8명 입상… 기악 부문 우승은 이번이 처음
전쟁 여파로 지난해 콩쿠르 세계연맹서 퇴출
제17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왼쪽부터), 첼리스트 이영은, 테너 손지훈. 차이콥스키 콩쿠르 제공

한국인 음악가들이 제17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6개 부문 중 3개 부문에서 우승하는 등 대거 입상했다.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정치 선전용 활용 우려로 위상이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지만 해외 음악가들과 겨뤄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점만은 변함이 없다.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끝난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결선에서 김계희(29)가 바이올린 부문 1위, 이영은(25)이 첼로 부문 1위, 테너 손지훈(33)이 남자 성악 부문 1위에 올랐다.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기악 부문의 한국인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한 김계희는 중학교 과정인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고 재학 중 미국으로 건너가 커티스 음악원을 수료했다. 이후 서울대 음대를 수석 입학·수석 졸업했고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첼로 부문 우승자 이영은은 11세에 대구예술영재교육원에서 음악을 배우기 시작해 선화예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지난달 중국 톈진 줄리아드스쿨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남자 성악 부문 1위에 오른 손지훈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바이에른 극장 아카데미 아우구스트에버딩에서 공부했다. 지난해 이탈리아 비오티 국제 음악콩쿠르와 스페인 몽세라 카바예 국제 성악 콩쿠르에서 연이어 우승했다.

이번 대회에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부문은 6위까지, 성악 부문은 남녀 각각 4위까지, 목관과 금관 부문은 8위까지 발표됐다. 한국인 참가자는 결선에 진출한 8명이 모두 입상했다. 성악 부문의 베이스 정인호(33)가 공동 2위에 올랐고, 첼로 부문에서는 박상혁(19·3위)과 이동열(27·5위)이 입상했다. 목관 부문의 플루티스트 김예성(32)이 공동 3위를 차지했고, 피아노 부문 결선에 진출했던 예수아(23)가 공동 4위에 올랐다.


전쟁으로 WFIMC서 제명… 한국·러시아 상 휩쓸어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의 무더기 입상은 세계 주요 콩쿠르로 꼽혔던 이 대회 위상이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타격을 입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왔다.

1958년 모스크바에서 창설된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2개 부문으로 시작해 1962년 첼로 부문, 1966년 성악 부문이 추가돼 4년마다 4개 부문에 대해 시상해 왔다. 2019년부터 목관과 금관이 추가돼 올해는 6개 부문에서 동시에 개최됐다. 러시아 정부가 후원하는 이 대회는 지난해 4월 유네스코 산하 국제음악경연대회 세계연맹(WFIMC)이 "러시아 정권이 선전 도구로 활용하는 콩쿠르를 회원으로 둘 수 없다"며 회원 자격을 박탈하면서 위상이 떨어졌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 병무청이 이 대회 상위 입상자에게 주던 병역 혜택을 없앴다.

따라서 이번 대회는 참가자도 심사위원도 러시아 국적에 편향된 채 혼란 속에서 열렸다.

대회 측이 밝힌 올해 지원자 수는 41개국 742명으로 2019년의 58개국 954명 대비 20% 이상 줄었다. 본선에 진출한 236명 중 절반 이상은 러시아 음악가로, 3분의 1가량을 차지했던 2019년보다 늘었다.

이는 수상자 면면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돼 한국과 러시아 연주자가 상을 휩쓸었다. 러시아 연주자는 피아노 1~3위, 바이올린 2, 3위에 이름을 올렸고 첼로 분야에선 1~6위가 모두 한국과 러시아 연주자다.

심사위원은 목관의 경우 러시아 7명, 중국 3명으로 구성됐다. 첼로 심사위원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첼리스트 세르게이 롤두긴이 포함됐다. 한국인으로는 문익주 서울대 음대 교수가 피아노 부문 심사에 참여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의 역대 한국인 입상자로는 피아노 부문 정명훈(1974년 공동 2위), 백혜선(1994년 공동 3위), 손열음(2011년 2위), 조성진(2011년 3위), 바이올린 부문에는 이지혜(2011년 3위), 김동현(2019년 3위), 성악 부문에는 바리톤 최현수(1990년 1위), 바리톤 김동섭(2002년 3위), 소프라노 서선영(2011년 여자 성악 1위), 베이스 박종민(2011년 남자 성악 1위), 바리톤 유한승(2015년 3위), 바리톤 김기훈(2019년 2위) 등이 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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