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식된 줄 알았는데...해외에서 다시 유행하는 '이 바이러스'
지난해 9월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건이 있었다. 바로 미국과 영국에서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한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와 영국 보건청(UKHSA)은 자국에서 소아마비 환자가 나타났으며 하수도 검사 결과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9년 만에, 영국에선 40년 만에 소아마비가 재발병했다.
글로벌 소아마비 퇴치 계획(GPEI)의 월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뉴욕의 하수도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16건이나 검출되었으며 우크라이나, 캐나다 등 35개국에서 소아마비 환자가 발생하거나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자녀와의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해당 지역에 소아마비가 발생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야 하는 이유다.
신경계 침투하면 근무력증 유발해
소아마비는 폴리오바이러스(Poliovirus)라는 수인성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다른 수인성 바이러스처럼 오염된 물이나 음식물을 먹거나, 감염자의 분비물·분변과 접촉하면 감염된다. 하지만 약 95%의 경우 바이러스가 소화기관 벽에 증식해 분변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별다른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다. 문제는 나머지 5%의 경우다. 바이러스가 소화기관의 벽을 통과하면 미열, 인후통, 두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중 극히 일부의 감염자에게서 바이러스가 신경계를 침범한다.
소아마비는 바이러스가 어떤 신경계를 공격하느냐에 따라서 예후가 크게 달라진다. 중추신경계를 침범한 경우에는 면역 반응으로 인해 마비 증상 없는 무균성 뇌 수막염만 나타나고 끝이 난다. 그러나 말초신경계를 침범한 경우에는 운동신경계를 손상시키고 척수와 대뇌 등을 훼손하고 급성회백수염을 일으켜 소아마비의 대표적인 증상인 하지 마비와 근육 위축증 등을 유발한다. 이러한 마비 증상은 신경계 훼손 정도에 따라서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다. 만약 호흡기계 운동 신경이 파괴되면 호흡을 못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소아마비의 치명률은 증상과 예후에 따라 다르며 약 5~30%이다.
종식 선언해도 재발병할 위험 있어
소아마비는 5세 이하의 아동에게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국내에서는 소아마비라고 불렸지만, 사실 어린아이들에게서만 나타는 질환은 아니다. 성인이라도 소아마비에 걸릴 수 있다. 작년 미국에서 발생한 20대 소아마비 환자가 이를 방증한다. 심지어 성인에게 발병했을때 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최근에는 소아마비보다는 폴리오라는 병명을 더 많이 쓰는 추세다.
과거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며 큰 문제를 일으켰던 소아마비지만 1955년과 1961년 개발된 백신으로 인해 발생률이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국내만 해도 1960년대까지 소아마비 환자가 많이 발생했으나, 백신 도입 이후 환자의 숫자가 크게 줄어들면서 1983년 보고된 5명의 환자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신규 환자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WHO에서는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유의미한 숫자의 신규 환자가 나오지 않는 지역을 소아마비 종식 지역으로 선언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소아마비 종식 선언 지역 중 하나다. 그러나 여전히 아프간, 파키스탄 등 의료시설이 열악해 백신 접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소아마비가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이나 영국처럼 소아마비가 박멸되었다고 선언된 지역에서도 간혹 신규 소아마비 환자가 나타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2019년 소아마비 종식 국가 중 하나였던 말레이시아에서 27년 만에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재발병했고 2021년이 되어서야 다시 종식 선언을 할 수 있었다.
백신 접종이 가장 중요
소아마비는 여전히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다. 때문에 예방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다행히 백신 접종만으로도 효과적인 예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소아마비를 제2급 법정감염병으로 분류하고 2004년부터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국내에서 접종되는 백신은 불활성화 백신(IPV)으로 생백신과 달리 안정성이 매우 뛰어나다.
접종은 총 4번을 받는다. 생후 2, 4, 6개월 총 3회 기초 접종을 받고 4~6세에 추가 접종 1회를 받는다. 국내에서 신규 소아마비 환자가 보고되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국가에서는 여전히 소아마비가 발생하고 있어 예방접종은 필수이며, 2차 접종이 완료되지 않은 영유아는 되도록 소아마비 발생 지역에 데리고 가지 않는 것이 좋다.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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