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21조 급증···'국민 재테크' ETF 100조 돌파
고금리 속 채권형 상품도 인기
21년만에 순자산 100조311억
퇴직연금시장까지 영역 확대땐
성장 속도 더 가팔라질 가능성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국내 출시 21년 만에 100조 원을 돌파했다. 주식형 ETF가 국내외 유망 기업·업종을 망라한 다양한 상품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은 데다 고금리 국면에 채권형 ETF까지 각광을 받으며 올 들어서만 21조 원이 넘는 뭉칫돈이 유입된 결과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ETF가 국내 대표 투자 상품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만큼 앞으로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퇴직연금 시장까지 확대하면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 총액은 29일 100조 311억 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 벽을 넘었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는 총 23개 자산운용사가 733개의 ETF를 상장하고 있다. 이날 ETF의 전체 시가총액도 최초로 100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 ETF 순자산 규모가 100조 원을 넘어선 것은 한국 시장에 ETF가 처음 상장된 2002년 이후 21년 만이다. 올 들어 6월 29일까지 늘어난 순자산액만 21조 5195억 원에 달했다. 이날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서봉균 삼성자산운용 대표, 이병성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김성훈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 홍융기 KB자산운용 전무는 서울 여의도 거래소에 모여 ETF 시장 100조 원 달성을 자축했다.
ETF는 1993년 미국에서 탄생한 대중적 투자 상품이다. 기존 펀드의 강점인 분산 투자 효과는 그대로 살리면서 더 싼 수수료와 주식처럼 간편한 거래 방식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ETF 역사는 삼성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현 키움투자자산운용)이 2002년 10월 14일 ‘KODEX 200’과 ‘KOSEF 200’ 등 4종목을 상장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내 ETF 시장은 초창기만 해도 투자자들의 무관심에 별 호응을 얻지 못했다.
출범 첫해 3552억 원으로 시작한 ETF 시장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몸집을 불렸다. 증시가 금융위기로 크게 출렁이며 공모 펀드의 손실이 잇따르자 투자자들이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ETF로 눈을 돌렸다. ETF 순자산 규모는 이후 2011년 11월 처음 10조 원을 넘어섰고 2014년 12월 20조 원까지 커졌다.
코로나19 사태와 이어진 글로벌 경기 둔화 국면은 ETF 시장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 코로나19에 따른 주가 급락·반등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시장에 들어오면서 2021년 한 해에만 ETF 순자산 규모가 20조 원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80조 원을 넘어선 ETF 순자산 총액은 경기 둔화 우려로 연말 연초에 잠시 주춤한 뒤 금리 정점론이 확산한 올해 다시 급증하기 시작했다.
5월 말 기준 ETF 시장 점유율 1위 자산운용사는 41.59%의 삼성자산운용이다. 삼성은 국내 ETF 시장에서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상장 종목 수도 164개로 가장 많다. 2위는 36.41%를 점유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이다. 미래에셋은 상품 수도 163개로 삼성자산운용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그 뒤를 한국투자신탁운용(4.47%)과 키움투자자산운용(2.69%), 한화자산운용(2.40%), NH아문디자산운용(1.59%), 신한자산운용(1.34%) 등이 잇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퇴직연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 도입으로 연금 계좌를 활용한 투자 수요가 ETF 시장을 다시 한 번 밀어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거래소도 주식·채권 위주 시장에서 대체자산 등으로 기초자산을 다양화하고 해외 투자 수요를 최대한 흡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전체 증시에 비하면 ETF 시장 규모가 3.9% 수준에 머물러 10% 안팎인 다른 주요국에 비해 성장 여력이 충분해서다.
손 이사장은 “그간 ETF 시장의 발전을 위해 고생한 업계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거래소도 다양한 신상품 공급과 투자 기반 확충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성채윤 기자 cha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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