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첫걸음은 '인간 비합리성' 인정하는 것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3. 6. 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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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 테리 버넘 지음, 이주영 옮김 다산북스 펴냄, 2만원

시장은 합리적이다. 따라서 투자에 나서려는 우리는 통계적 결과에 따른 투자 전략을 세우고 평균적인 시장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웃돌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하버드케네디스쿨과 하버드비즈니스스쿨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저자 테리 버넘은 이런 통념에 고개를 내젓는다. 그는 인간도, 때로는 시장도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모든 투자의 첫걸음이라는 주장을 던진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경제학에 생물학과 심리학을 더한다. 그 자신의 표현을 빌리면 심리학이라는 스튜에 경제학이라는 소금을 살짝 뿌려 맛을 내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표현이 바로 '도마뱀의 뇌'라는 용어다. 인간의 비합리성을 뜻하는 '도마뱀의 뇌'는 누적된 경험을 패턴화해 판단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물이 있는 곳에 갔다가 천적을 만나 도망친 뒤에는 주의를 기울이고, 비가 그친 뒤 나무 밑에서 버섯이 자라난다는 사실을 배운 뒤 장마철이 끝나면 언제나 나무 밑을 찾아가는 관성을 얻게 되는 셈이다.

인간 본연의 뇌 역시 이런 도마뱀의 뇌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물론 도마뱀의 뇌라고 해서 바보인 것은 아니지만,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리가 이성을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1970~1980년대의 고속성장을 경험했던 베이비부머들 중에는 주식이나 부동산은 사두면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품고 사는 이도 많다. 변화가 적은 상황에서는 효율적인 생각이지만 변화의 폭이 크고 그 속도가 빠른 분야, 즉 현대의 금융 시장에서는 대단히 위험한 포지션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돈을 버는 유일한 방법을 제기한다며 "도마뱀의 뇌를 자물쇠로 가둬버리고 다시는 찾지 못하도록 열쇠를 집어던져 버려라"고 강력하게 말한다. 추상적 인식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전두엽 피질을 믿고, 비정상적인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는 도마뱀의 뇌를 봉인하라는 주문이다.

이 주장이 인기를 끈 배경은 2005년 초판이 나온 뒤 2008년 미국, 그리고 이어 세계를 덮쳤던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책이 유효하다면 시장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팬데믹 이후 이어지던 놀라운 상승장이 멈춘 지금, 각 투자자는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저자는 상승장이야말로 도마뱀의 뇌에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를 보낸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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