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쩐의 전쟁, 관객은 어디로 향할까
지구에서 38만4000㎞ 떨어진 달의 뒷면, 대지진 후 붕괴되지 않은 서울에서 유일한 아파트, 실종 외교관을 구출하러 떠난 레바논 오지, 전문 꾼과 해녀가 결탁한 밀수판의 바닷속. 암흑기를 한 걸음씩 탈출 중인 한국 영화계가 2023년 라인업을 구축하고 드디어 제작보고회와 예고편으로 몸체를 드러냈다.
올여름 극장 관객은 '아파트, 달, 중동, 바닷속' 중 어느 곳을 가장 많이 여행할까. 대작 영화 4편 제작비만 총 800억원대. 추후 마케팅비까지 합치면 1000억원에 육박하는 '큰 판'이다. 승자는, 그리고 패자는 누구일까.
야속한 손익분기점
작년 여름, 극장가는 칭송과 탄식의 공존 장이었다. 거리두기 정책으로 2년간 불황이던 영화계에서 '한산: 용의 출현'과 '헌트'가 손익분기점(BEP)을 상회하며 극장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러나 '비상선언'과 '외계+인'이 예상을 깨고 BEP를 못 넘었다. 영화계는 충격을 받았다. 제작비 360억원, BEP 730만명으로 알려졌던 '외계+인'은 누적관객 153만명이었고 제작비 300억원, BEP 500만명이었던 '비상선언'은 205만명에 그쳐 아쉬움을 샀다. 실시간으로 오가는 입소문과 영화평이 흥행 성패를 갈랐다.
올해 티켓 값이 1만원 중반대로 상승하자 관객은 더 민감해졌다. 다만 BEP를 못 넘기면 투자사와 제작사가 함께 배를 곯고 새 영화 작업은 힘겨워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음 영화를 찍을 수 있느냐'가 전부 BEP 숫자놀음에 달렸으니 BEP는 감독, 배우, 스태프의 알파요, 오메가다.
한국 우주SF '그래비티' 넘는다
여름 극장 최대어는 일단 '더 문'이다. 제작비 280억원. BEP는 관객 수 600만명. 하지만 김용화 감독이 누구인가. '신과 함께' 1편 1441만명, 2편 1227만명을 확보한 '쌍천만 감독'이다. 김 감독은 "'신과 함께'를 만들 때 '한국에서 판타지 영화는 절대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다른 도전을 해보고 싶었고 이번엔 우주다. 시각적으로는 '그래비티' '인터스텔라'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예고편에서 구현된 달 표면은 할리우드 영화에 비견할 만큼 사실적이다. '더 문'의 시간적 배경은 2029년. 한국이 달 탐사선 우리호를 쏘아올린다. 태양풍이 덮쳐 대원 황선우(도경수)가 달 뒷면에 홀로 남겨진다. 무사 귀환을 위해 전임 센터장 김재국(설경구)은 미 항공우주국(NASA) 디렉터 윤문영(김희애)에게 도움을 청한다. 개봉은 8월 2일.
'더 문'과 같은 날, 영화 '비공식작전'도 극장가에 출격한다.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흙수저 외교관 민준(하정우)이 현지 택시기사 판수(주지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액션영화다. '모가디슈' '교섭' 등 중동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최근 호불호 속에서 관객을 만난 바 있다. '비공식작전'은 와이어, 총격, 카체이싱 등 액션 영화로 올 초 개봉했던 '교섭'과는 결이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극한'이란 키워드가 김성훈 감독만큼 잘 어울리는 영화인도 없을 터. 김 감독은 '끝까지 간다' '터널' '킹덤' 등 극한의 그물로 관객 심장을 쥐어짰던 최고의 승부사다. '신과 함께'에 이어 다시 스크린에서 합심한 하정우와 주지훈의 '케미'가 어떤 모습일지도 기대를 모은다.
삶을 좇고 돈을 좇는 인간들
일주일 뒤인 8월 9일.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또 다른 주연으로 우뚝 선다. 주인공은 이병헌. 대배우는 작년 '비상선언' 침체를 설욕할 준비가 돼 있다. 이병헌은 "이번 영화는 규모가 굉장히 크고, 압도되는 사운드 장면이 많다. 극장에서 보는 것과 TV로 보는 것은 엄청나게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예고편이 꽤 웅장하다. 서울을 실제로 모니터링해 서울 땅을 대지진으로 한번 뒤집고 시작하는데 스케일의 규모에 가슴이 웅장해진다.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아파트의 입주자 대표로 뽑힌 영탁(이병헌)이 주민들과 함께 외부인 침입을 막는 이야기다. 전직 공무원 민성(박서준), 전직 간호사 명화(박보영)가 영탁의 조력자로 나선다. '아파트 입주'라는 한국인 만인의 갈망을 영화 저변에 어떻게 녹여냈을까.
엄태화 감독은 실제로 3층 아파트에 준하는 세트장을 뛰고 오르며 배우들과 2년간 먼지 속에서 촬영했다고 전해진다.
물길을 아는 자, 돈길도 장악한다
세 영화가 재난 현장의 휴머니즘 서사를 담아낸 반면,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범죄물이다. '부당거래' '베테랑' '베를린' 등 피와 땀과 주먹만으로 금덩이 같은 명작을 만들어냈던 '미다스의 손' 류 감독이 이번엔 바닷속으로 향한다. 배경은 군천. 화학공장이 들어서자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은 하루아침에 해녀 일자리를 잃는다. "물건을 건져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번다"는 얘기에 두 사람은 밀수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전국구 밀수왕 권상사(조인성)를 만나게 되면서 판이 커진다.
뭍 위 사람이 물 아래 일을 다 알 수 없다. 욕심 한 방울이 맑은 바다를 어지럽히는 법. 그들은 서로를 속인다. 시나리오 글귀 한 줄이 '밀수'를 압축한다.
'물길을 아는 자가 돈길의 주인이 된다.'
가수 장기하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점도 '밀수' 관람의 풍미를 더할 예정. 물속에서 공황장애를 겪은 김혜수도, 수영을 해본 적 없던 염정아도 이번 영화로 새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7월 26일 개봉.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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