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이도, 구슬이도 세상으로 나왔다 … 현실이 된 그림책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3. 6. 3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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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그렌상' 수상작가 백희나
예술의전당서 첫 그림책展
구름빵 등 11권 140작품 전시
"그림책이 아이 인생 바꾼다"
'장수탕 선녀님' 속 목욕탕을 실제 크기로 구현했다. 예술의전당

백희나 작가(51)의 그림책에 실릴 단 한 장면을 찍기 위해서는 해까지 도와야 한다. '나는 개다'의 주인공 동동이의 하굣길을 찍기 위해선 정오의 햇살이 필요했다. 하늘과 구름까지 완벽한 위치에 오기를 기다려 한 컷을 찍다가 작가는 탈수증도 겪었다.

백 작가가 창조한 그림책 속의 세계가 전시장으로 들어왔다. 2020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아동문학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수상한 작가의 예술 세계를 온전히 만날 수 있는 첫 그림책 전시가 열린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10월 8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장에서 만난 백 작가는 "어릴 때 보는 책은 평생의 책으로 각인된다. 보고 또 보기 때문에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디테일이 중요하다"고 집요한 작업의 비밀을 털어놨다.

출세작인 '구름빵' '알사탕'을 비롯해 근작 '연희와 버들 도령'까지 11권의 책에 담긴 140여 점의 작품과 세트, 실감형 미디어가 전시된다. 두 달 동안 매일 전시장에 나와 설치에 매달렸다는 작가는 "일주일에 한 장면을 찍기도 할 만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데 전시를 두 달 만에 준비하려니 고된 작업이었다"면서 "책을 사랑해준 독자들에게 드릴 수 있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전시를 보고 아이들에게 창작욕이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말했다.

'나는 개다'의 주인공 동동이, 강아지 구슬이와 나란히 앉은 백희나 작가. 예술의전당

'달샤베트'는 12가구가 사는 아파트가 배경이다. 각각의 집을 따로 만들지 않고, 아예 건물을 올려버렸다. 집에는 신혼부부, 예술가, 달을 녹여 달샤베트(셔벗)를 만드는 반장 할머니까지 산다. 전등에는 불이 들어오고, 신문지와 밥솥까지도 생생하다. 작가는 심지어 "저는 모기가 돼서 저 집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집 안에 CCTV를 달아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301호에는 기저귀를 찬 아이와 누워서 쉬는 가장, 식탁에서 일하는 주부가 살고 있다. 작가의 분신이다. "나도 주방에서 일했다. 끼니 때가 되면 식탁을 치우고 밥을 차렸다"고 했다.

백희나 월드의 특징은 못생긴 듯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 견고한 세트, 매력적인 이야기다. 사람과 동물의 경계가 없고 빵, 셔벗, 사탕, 뜨끈한 밥상까지 먹을거리도 중요 소재로 등장한다. 한지 등 종이와 헝겊 등 섬유와 모델링 작업에 쓰는 찰흙 같은 질감의 스컬피(sculpey)까지 사용해 완벽한 세계를 구축한다. 그 구상을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 직접 사진을 찍는 완벽한 '아날로그의 예술'이다.

전시는 '그래서 가족' '기묘한 선물' '달달한 꿈' '나만의 비밀' 등 4개 주제로 구성됐다. 책 속 주인공과 대표 장면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장수탕 선녀님'의 장면은 실제 목욕탕처럼 초대형 세트장이 구현됐고, '꿈에서 맛본 똥파리'는 바닥에 설치되기도 했다. 작가는 "'꿈에서 맛본 똥파리'는 책으로는 인쇄에 한계가 있었던 걸 설치를 하면서 육안으로 더 멋지게 감상할 기회가 된 것 같다. 바닥에 전시를 구성해서 키 작은 아이들이 눈높이에 맞게 마음껏 볼 수 있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20여 년간 그림책을 만들어온 작가의 전시가 가능했던 비결은 "제 작품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해서 작은 것 하나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히트작이 된 '구름빵'의 수익을 나눠받지 못해 저작권 분쟁을 겪었던 그는 '작가의 권리'에 대한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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