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출생 정보 전송 시스템 구축 돌입…보호출산제 논의도 주목
부모의 고의 출생 신고 누락으로 '유령 아동'이 생기는 비극을 막기 위한 '출생통보제'가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출생 정보전달 시스템 구축 등 제반 준비에 돌입해 1년뒤 시행되는 출생통보제에 대비한다. 출생통보제 시행에 따라 신원 노출을 꺼리는 임신부가 병원 밖에서 출산하는 부작용 방지를 위한 '보호출산제' 도입 논의과정도 살펴볼 예정이다. 이 같은 제도 시행 준비에 앞서,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 2236명에 대한 전수조사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여야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가족관계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이 법안은 무난한 통과가 예상됐다. 최근 여야는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등 출생 신고가 안된 영아가 살해·유기되는 비극이 연이어 발생하자 출생통보제 법제화에 속도를 냈다.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여야는 전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의결한 상태였다.
출생통보제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이 진료기록부에 출생 정보를 적으면 의료기관장이 14일 이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통보하고, 심평원이 지자체에 이를 등록하는 제도다. 부모가 한 달 넘게 출생 신고를 하지 않으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지자체가 직권으로 출생 신고를 하게 된다.
이제 국회 문턱을 넘은 출생통보제는 국무회의에서 공포되고 1년 뒤 시행된다. 아직 1년의 시간이 남은 만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제도 안착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나설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출생 정보 전송 시스템 구축 등 준비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며 "제도가 안착하는 한편, 의료시스템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 구축을 위해선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는 차트 표준화 작업 등이 선행돼야 해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의료계 전언이다.
복지부는 출생통보제를 보완하기 위한 보호출산제의 국회 논의 과정도 지켜볼 예정이다. 보호출산제는 일반적인 출산이 어려운 임산부를 위해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제도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출생통보제만 시행할 경우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산모들이 병원 밖에서 출산해 오히려 사산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익명 출산이 가능하게 하면서도 출생 정보가 담긴 '비밀 파일'을 기록으로 남겨 두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 운영 중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전일 입장문을 통해 "보호출산제 없는 출생통보제는 오히려 의료기관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려 아이를 키우기 힘든 미혼모 등이 영아를 제대로 돌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후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보호출산제는 산모의 양육 포기를 부추기고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비밀로 만들수 있다는 지적도 나와 정치권에선 아직 찬반 논란이 있는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7일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보호출산제 도입 법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출생통보제 입법 이후 심사를 이어가기로 했다. 당정은 1년 뒤 출생통보제 시행 전에 보호출산제 합의가 이뤄져 사전에 두 제도에 관한 준비가 진행되야 한다는 시각인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이처럼 1년 뒤 출생통보제 시행을 위한 준비에 나서는 한편, 출생신고가 안 된 아동 2236명에 대한 전수 조사에 우선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보건복지부 대상으로 실시한 정기감사 과정에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의료기관 출산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미신고 영유아가 2236명에 달한다고 확인했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에 대한 전국적인 전수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며 "각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아동의 보호자에게 연락하고 아동의 소재와 안전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에는 경찰 등 관련 기관과 협력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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