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6건 신청해 575건 승인" … 블랙록 승률에 고무된 비트코인

김용영 엠블록컴퍼니 기자(yykim@m-block.io) 2023. 6. 3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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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월가發 호재 분석

미국 월가의 코인 시장 진출이 가시화하면서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비트코인은 4월 중순 3만달러를 찍은 뒤 반락했다가 두 달 만에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 등 계열 코인도 덩달아 강세다. 코인 반등의 이면에는 월가 진출설이 자리 잡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블랙록, 피델리티 등 월가의 금융 거인들이 드디어 코인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하반기까지 상승이 이어지려면 실질적인 유동성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월가 코인 시장 진출설'의 전모를 파헤쳐봤다.

월가의 쌍권총 '현물 ETF'와 '독자 거래소'

지난 24일 비트코인을 두 달 만에 3만달러로 올려놓은 호재는 월가에서 나왔다. 전 세계 자산운용사 1위인 블랙록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 심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번 신청을 월가가 현존하는 금융 상품을 통해 코인 시장에 진입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블랙록은 총운용자산이 10조달러(약 1경30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산운용사로 ETF에서는 아이셰어스(iShares)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아이셰어스 ETF의 총운용자산만 해도 작년 10월 기준 2조5000억달러(약 3250조원)에 달한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되면 운용자산의 일부가 유입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신청은 블랙록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부터 그레이스케일, 아크인베스트먼트 등 다수의 금융기관이 상장을 신청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오죽했으면 2019년 한 매체가 SEC가 드디어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는 기사를 만우절 장난거리로 사용했을 정도다. 올해 1월에도 아크인베스트먼트가 ETF를 신청했으나 승인이 거절되기도 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블랙록은 이전 거절 사례와는 다르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 이유로 가장 먼저 블랙록의 ETF 상장 신청 승인 확률이 꼽힌다. 블랙록은 지금까지 SEC에 576건의 ETF 상장을 신청해 단 1건을 제외한 575건을 승인받았다. 또 이번 신청 이전엔 코인 관련 ETF 상장을 시도한 사례가 없다. 따라서 그만큼 많은 준비와 사전 조율을 거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이번 ETF에는 그동안 다른 금융사들이 신청한 상품과는 다른 조항이 삽입됐다. 바로 상장 거래소인 나스닥, 수탁 기관인 코인베이스와 감시 공유 협약을 맺음으로써 시장의 조작 우려를 낮추고 운용의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을 거절한 가장 큰 이유가 가격 조작과 시장 불안정성인 만큼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조항을 넣어 승인될 가능성을 높였다.

또 다른 월가의 코인 시장 진입 무기는 기관만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코인 거래소다. 월가가 주도적으로 만드는 코인 거래소는 이미 작년 9월 전모가 공개된 바 있다. EDXM으로 명명된 이 거래소는 시타델, 피델리티, 찰스 슈와브 등이 공동 설립했으며 지난 22일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했다.

기관 전용 코인 거래소답게 개인투자자들은 계정 생성부터 원천 금지되고 기관투자자들만 거래에 참여할 수 있다. 또 바이낸스·코인베이스와 같은 개인투자자 중심의 코인 거래소처럼 투자자의 코인을 위탁받아 거래하는 형태가 아니라 주문만 시장에 전송하는 비수탁 방식이다. 이를 통해 기관투자자의 자금을 거래소가 임의로 운용한다는 의혹을 피할 수 있다.

취급하는 코인도 SEC의 증권성 시비가 있는 BNB, 솔라나 등을 제외한 비트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비트코인캐시 등 4종뿐이다. 이 중 비트코인캐시는 EDXM의 거래 지원이 알려지면서 20%대 급등을 했다. 또 연내 플랫폼 안에 거래의 결제를 지원하는 청산소를 운영함으로써 기관투자자들이 거래에서 결제까지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유동성 가뭄에 월가발 단비 올까

월가의 잇단 행보에 코인 시장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현 코인 시장의 발목을 잡는 유동성 가뭄을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코인 시장은 지난해 5월 테라 사기, 11월 FTX 파산에 따른 유동성 고갈에 허덕이고 있다. 유동성이 가장 높았던 2021년 말 전 세계 코인 시장의 하루 거래량은 3조달러에 육박했다. 그러나 28일 기준 하루 거래량은 40% 수준인 1조2000달러에 그쳤다.

월가의 진입은 개인투자자 중심의 거래도 촉진시킬 수 있다. 개인투자자에게 있어 코인의 가장 큰 문제인 신뢰도를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사기나 가격 조작 등의 우려가 있는 자산군은 대형 금융기관의 포트폴리오에 편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코인 지갑이나 거래소 계정 없이 기존 금융 거래 방식을 이용해서 거래할 수 있는 ETF, 그리고 기관투자자만이 이용할 수 있는 독자 거래소가 갖춰진다면 해당 코인에 주류 금융권의 신뢰가 부여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월가발 자금이 코인 시장에 실제로 유입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SEC는 ETF 상장 신청 시 통상적으로 45일 내에 승인 여부를 검토한다.

하지만 블랙록의 비트코인 현물 ETF는 과거 다른 운용사들이 신청한 ETF와 다른 내용이 포함돼 있으며 SEC가 여전히 코인 시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검토 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일러도 올해 말쯤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DXM을 통한 유동성 공급도 시장 확대로 이어지기에는 다소 제한적이다. 거래 지원 코인이 4종에 불과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비수탁 방식이어서 기관투자자들이 자체 코인 월릿을 보유하거나 앵커리지라는 수탁 기관에 맡겨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따라서 월가의 자금이 코인 시장에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시점은 일러도 올해 4분기로 추정되며 대세 상승의 시작도 이때 판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영 엠블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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