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한물갔다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인간의 데이터 공유 욕구
차단하는 게 가능하겠는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이 전 세계적으로 강제된 2021~2022년, '메타버스'는 정보기술(IT) 업계를 비롯해 곳곳에서 화제였다. 그러나 엔데믹과 함께 메타버스 회의론도 대두되고 있다. 실리콘밸리 유수 기업들이 챗GPT가 불러온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뛰어들면서, 뜨겁게 불던 메타버스 열풍은 차갑게 식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타버스 혁명론을 주도해온 전문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매튜 볼은 "과대 선전이 줄어든 것을 퇴보로 여기거나 진전이 없는 상태로 오인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모든 사물이 가상세계에서 연결되고 상호 작용하는 규모는 유례없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묻는다. "데이터를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제한 없이, 더 광범위하게 공유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를 차단하는 것이 가능한가?" 또 생성형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은 오히려 메타버스의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의 구축이라고 본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실리콘밸리의 대기업과 블록체인 생태계가 "인생을 바꿀 만한 획기적인 변화가 당장 닥칠 것처럼" 외쳐대며 주도한 코로나 시기의 메타버스 담론에 대해 "새로운 기술 시대는 그렇게 열리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는 어떤 모습으로, 언제 도래할까.
메타버스는 이미 약 30년 전인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소설에서 가상 공간 개념으로 쓰이며 처음 등장했지만, 인터넷·모바일 혁명의 뒤를 이은 혁명적 기술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비교적 최근이다. 매튜 볼은 그 기술의 현주소와 첨예한 쟁점을 이미 2018년에 자신의 홈페이지 에세이로 정리했다. 이 글이 메타버스 열풍과 함께 '성지글'로 불리며 수많은 사람에게 읽혔다.
매튜 볼은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무한한 신뢰를 받는 인물. 세계 최초의 메타버스 상장지수펀드(ETF)인 '볼 메타버스 인덱스' 설립자이며, 아마존스튜디오 글로벌전략책임자를 거쳐 현재 벤처캐피털 기업 에필리온의 수장이다. 맥킨지를 포함해 많은 기업의 디지털 자문 이사로도 활동했다. 이렇게 실리콘밸리 CEO들의 스승으로 불리는 저자가 지난해 출간한 책이 드디어 한국판으로 나왔다. 총 551쪽에 달하는 책 안에 메타버스의 주요 개념과 최신 쟁점이 담겨 있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앞으로 글로벌 메타버스 경쟁에서 세계를 주도할 국가는 한국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예견한다. 인터넷 시대에 독보적인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결제부터 의료·소셜네트워크·게임·금융 등 모든 분야에서 정교한 서비스를 내놓았던 만큼 다음 혁명에도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관점이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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