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요구르트 찾아달라”···소액사건에 형사 인력난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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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뒤편에 널어놓은 고사리 3000원어치가 없어졌다는 신고도 강력팀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경찰이 해야 할 일이지만 제한된 인력 속에 다른 큰 사건과 겹쳐 업무 부담이 큽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일선 경찰서 내 생활범죄팀이 폐지되면서 소액 사건들까지 강력팀에서 떠안다 보니 정작 중요한 수사에 대한 인력 투입이 어려워지면서 수사가 장기화되는 현상도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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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 민원 사건도 CCTV 수사 등 필요
보이스피싱 등 주요 수사에도 영향
수사관 1인당 담당건수 줄었지만
사건 처리 기간은 2년새 12일 늘어
수사력 충원·재배치 목소리 커져
“아파트 뒤편에 널어놓은 고사리 3000원어치가 없어졌다는 신고도 강력팀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경찰이 해야 할 일이지만 제한된 인력 속에 다른 큰 사건과 겹쳐 업무 부담이 큽니다.”
무인점포 등이 늘면서 소액 절도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일선 형사들 사이에서 업무 과중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부족한 수사 인력 탓에 보이스피싱·사기 등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큰 사건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어 인력 배치 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3년 새 수사 인력 1인당 사건 수는 줄었지만 사건 처리 기간은 오히려 늘었다. 경찰청이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찰서 실수사 인원은 2020년 2만 1387명에서 지난해 2만 3222명으로 증가했다. 실수사관 1인당 사건 접수 건수 역시 같은 기간 94.3건에서 85.9건으로 줄었다. 하지만 전체 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55.6일에서 67.7일로 오히려 12일가량 늘어났다.
긴 수사 시간이 소요되는 보이스피싱 등 지능형 범죄가 늘어난 탓이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일선 경찰서 내 생활범죄팀이 폐지되면서 소액 사건들까지 강력팀에서 떠안다 보니 정작 중요한 수사에 대한 인력 투입이 어려워지면서 수사가 장기화되는 현상도 벌어진다.
실제로 생활범죄팀 폐지 이후 늘어난 업무 부담에 대해 일선 형사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무리 소액이더라도 범인을 잡기 위해 폐쇄회로(CC)TV 확인 등을 거쳐야 하는데 신원 확인 후 검거까지 약 한 달 정도 소요되는 탓에 다른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강절도·폭력 범죄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업무 가중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 범죄는 지난해 42만 7352건으로 전년(39만 8764건)에 비해 7.2% 늘어났다. 서울 강남에서 근무하는 한 형사는 “배달 요구르트 2개를 도난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는데 솔직히 사비를 주고 신고를 취소해달라고 말하고 싶었다”며 “소액 절도 사건도 CCTV를 하나하나 들여다 보다 보면 사건 처리가 늦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해 형사과에 보이스피싱 범죄, 여성 청소년 범죄까지 일부 이관되면서 늘어난 업무에 부담감을 호소하는 형사들이 늘고 있다. 한 형사는 “보이스피싱 범죄라도 대면 편취 범죄면 형사과에서 담당하는데 최근에는 대면 편취가 아니더라도 형사과에서 수사해 불만이 많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실에 경찰 내부에서는 소액 범죄의 경우 사건 접수를 하지 않는 이른바 ‘각하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경찰 수사 규칙에 각하 규정을 도입하려 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범죄의 특성을 고려해 수사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기 범죄는 강력·절도 사건에 비해 현장성이 떨어지지만 조사 및 압수 수색 등 물리적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며 “경찰력 전반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수사기관의 역할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박사는 “사건의 경중은 수사 기관의 시선이 아닌 피해자의 시선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각하 규정은 범죄 피해를 입은 국민을 문전박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승령 기자 yigija94@sedaily.com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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