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동분서주에... 주가조작처벌법 ‘파죽지세’로 본회의 통과
부당이득금액 산정기준도 마련
법사위 과정서 위기 있었지만
금감원장 등 국회 설득에 나서
법사위 통과 다음날 본회의 처리
주가조작이나 미공개정보이용, 시세조종 등 증권범죄에 대해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불공정거래 행위를 통해 100억원을 벌었다면 앞으로는 이것의 2배인 200억원의 과징금 처벌을 받게 된다. 즉, 증권범죄를 지르면 징역형 등 형사처벌 이외에 패가망신할 정도의 경제적 처벌이 내려지는 것이다.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서 약간의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금융당국 수장들의 열띤 호소로 인해 법안이 발의된 지 3년여 만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30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본회의에서는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처리됐다. 개정안은 크게 △과징금 신설, △부당이득 산정방식 법제화, △자진신고자 제재 감면 등 3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주가 조작 적발·예방, 행정제재, 형사처벌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제도 전반을 대폭 개선하는 취지다.
특히 증권범죄자가 얻은 부당이득액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신설하는 것이 핵심으로 꼽힌다. 또 그동안 부당이득액 산정기준이 따로 없었는데, 이를 법률에 명시해 증권범죄로 인한 부당이득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명확하게 따질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부당이득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것으로 법에 명시했다. 불공정 거래로 발생한 총수입에서 그 거래를 위한 총비용을 뺀 차액을 부당이득으로 규정하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범죄자가 실제로 얻은 경제적 이득에 상응하는 합당한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금까지는 주가조작, 미공개정보이용, 부정거래 등 자본시장법 ‘3대 불공정거래’는 형사처벌만 가능했다. 그마저도 형사처벌에 대해 사법당국이 적용하는 엄격한 ‘입증책임’으로 인해 수사와 처벌에 긴 시간이 걸렸다. 증권범죄를 저질러도 솜방망이 처벌만 받는다는 평가가 줄곧 나오게된 배경이다.
이에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23일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자본시장 범죄자들은 (주가조작 등으로) 막대한 돈을 갈취하고 설령 적발돼 처벌을 받아도 그 형량이 너무 약해 ‘몇년만 버티자’는 식의 한탕주의가 있었다”며 “경제적 제재를 크게 강화한다면 이런 범죄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개정안 본회의 통과가 일사천리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일부 여당 의원들과 법원행정처가 위헌·과잉입법 등의 이유로 법안 처리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한때는 법사위 법안2소위로 내려가 법사위 통과가 어렵다는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라덕연 사태’ 등으로 불공정거래 엄단을 천명한 금융당국의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증권범죄 근절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좌초될 수 있다고 인식을 같이하고 법사위 재논의 전까지 법안의 필요성을 피력하는 데 전력을 쏟았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를 도와 법사위 재논의 직전 3일동안 김도읍 국회 법사위원장과 법사위 여야 간사 및 위원들을 직접 만나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법안 통과의 당위성을 호소했다고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3일동안 동여의도와 서여의도를 오가며 주가조작 처벌법을 통과를 위해 발로 뛰었다”고 전했다.
결국 법안은 법사위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합리적으로 수정해 처리됐다. 비례의 원칙 위반이 제기된 과징금 부과한도를 50억원에서 40억원으로 조정했다. 위반행위자가 소명하는 경우 법상 산정된 부당이득에서 공제하도록 하고, 입증책임 전환 논란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선 소명조항을 삭제하고 외부적 요인 고려방식을 시행령으로 위임하기로 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수정안에 대해 “공정거래법 등 유사 입법례를 감안해 부당이익이 없거나 산정이 곤란한 경우 과징금 한도를 종전 50억원에서 40억원으로 조정했다”며 “아울러 법원행정처에서 제시한 주요 의견도 상당 부분 수용해 그동안 제기된 법적인 쟁점과 우려 사항은 충분히 해소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불공정거래나 주가조작건을 잡는 데 상당히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번 법률안 마련을 계기로 주가조작이 없어지는, 불공정거래가 없어지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데 공헌을 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정부의 법률 공포 절차를 거친 뒤 6개월 후인 내년 1월께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법 시행일에 맞추어 시행령 등 하위 규정 개정 작업도 조속히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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