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장마’ 이어 ‘괴물 태풍’ 우려↑…“힌남노급 초강력 태풍 대비”
지난 14일 제주 서귀포시 국가태풍센터. 태풍이 한라산에 부딪힐 때 실제 강풍반경에 대한 모니터링 분석이 한창이었다. 강풍반경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미국·일본 모두 표현방식이 다르고, 강풍영역을 지형 특성을 반영해 표현하는 곳은 없다. 우리나라도 태풍의 중심에서 일정 거리를 타원형으로 표현해왔다.
태풍 예보의 진로 오차 수준은 180㎞ 정도로 전세계적으로 평준화됐다. 예보 기술이 고도화된 국가일수록 구체적이고 기상재해 대비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작년 9월 ‘힌남노’ 때 우리 기상청은 태풍의 움직임과 강도를 거의 정확하게 맞혔다. 이번 강풍반경 세분화 작업이 성공하면 우리 기상청은 태풍 예보에서 가장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하게 된다. 김대준 태풍분석관은 “같은 지역이라도 강풍 영향이 더 심한 곳을 안내하면 해당 지역민의 경각심이 더 높아지고 인명·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역대급 장마 이어 ‘괴물 태풍’ 가능성
장마가 무서운 기세로 남부지방을 휩쓸면서 태풍도 역대급 규모로 한반도를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태풍에서 가장 큰 변수는 해수면 온도 상승이다. 그런데 전세계 바닷물 온도가 역사상 가장 높은 상황이다. 태풍이 우리나라로 북상하면서 수증기를 다량 흡수, 덩치를 키워 상륙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태평양 감시구역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엘니뇨’가 발생한 것도 우리나라 입장에선 좋지 않은 신호다. 엘니뇨 때 태풍은 적도 인근에서 주로 발생해 열대 해역을 거쳐 우리나라 쪽으로 올라온다. 작년 힌남노처럼 몸집이 크고 강해지는 특징이 있다. 가장 최근 엘니뇨가 발생했던 2018~2019년의 경우 우리나라와 가까운 서태평양에서 평년보다 많은 태풍이 발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어느 때보다 태풍 대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할 때”라고 지적한다.
‘미리보는 태풍’으로 불리는 봄철 인도양의 사이클론은 올해 유독 강력했다. 사이클론과 태풍은 명칭과 발생지역만 다를 뿐 같은 기상현상이다. 지난 2월 호주 서북쪽 앞바다에서 발달한 사이클론 ‘프레디’는 37일간 위력을 유지하며 1400여 명의 사상자를 냈다. 사이클론·허리케인·태풍을 통틀어 가장 오래 활동한 열대성 폭풍으로 꼽힌다. 지난 5월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에 상륙한 ‘모카’는 중심기압 918hPa(헥토파스칼), 최대 풍속 시속 280㎞로 북동 인도양의 사이클론 중 가장 강력했다는 평을 받는다. 작년 9월 포항을 휩쓴 ‘힌남노’ 급의 초강력 태풍이 올해 또다시 우리나라에 상륙할 수도 있는 것이다.
◇육·해·공서 대비… 기상선박 측정 한계는 문제
보통 태풍 대비는 육·해·공에서 각각 이뤄진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WMO(세계기상기구)에 가입된 주요 국가에선 촘촘한 AWS(자동관측장비)가 관측 정보를 ‘큰 그림’으로 만들어낸다. 다만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지형이라 AWS와 다른 AWS 사이 공간에서 관측차가 크게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런 ‘관측 공백’을 막기 위해 기상관측차량이 별도로 운영된다. 우리나라는 수도권·대전·광주·부산·대구에 각각 1대씩 총 5대의 이동식 관측차량이 운영 중이다. 이 차량은 태풍 뿐만 아니라 폭염(暴炎) 예·특보에도 사용된다. 미국이 토네이도 발생 시기에 관측차량을 운영하는 것과 궤가 같다.
해상에선 기상관측선이 서해·남해를 중심으로 관측 활동을 벌인다. 6~8월 약 50일간 선박을 띄워 태풍을 대비한다. 해류(海流)의 이동 방향을 추적하는 장비인 ‘표류부이’ 6개를 띄워 해수면 상태를 관측·측정한다. 여기서 나온 정보는 태풍의 중심기압 측정과 파고 높이 분석 등에 활용된다. ‘ARGO플로트’라는 장비로 바닷물 수온과 염도를 측정해 바닷물 성격이 변하는 시점을 잡아 태풍이 언제쯤 발달할 지 예상하기도 한다.
하늘에선 기상항공기가 북태평양고기압 상태에 따른 기온·강수 패턴을 분석한다. 특히 북태평양고기압 감시가 태풍 정보 생산의 핵심이다. 제주 남부와 서해 먼 바다를 주로 관찰한다. 국립기상과학원 구태영 연구관은 “육·해·공에서 취합된 각종 정보를 토대로 복잡한 함수를 거쳐 태풍 정보가 생산된다”며 “함수값에 집어넣을 수 있는 자료가 더 많아질수록 예보 정확도도 높아진다”고 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다른 나라들보다 기상관측선 크기가 작아 실제 태풍이 닥쳤을 때나 파고가 높을 때 관측 활동이 불가능한 것은 문제로 꼽힌다. 태풍이나 높은 파도에도 해양기상을 감시할 수 있는 규모가 큰 관측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처럼 평평하고 넓은 땅에선 AWS가 적어도 관측에 무리가 없지만,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선 AWS 숫자를 더 늘려야만 앞으로 기후변화가 초래할 여러 기상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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