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신용등급 줄줄이 하락…“업황 반등해도 차입금 부담 지속”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2023. 6. 3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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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부진 속 투자 자금 지출로
재무안전성 하락 평가
롯데케미칼·여천NCC 등 하향
사진제공=롯데케미칼
석유화학 기업이 최근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는 가운데 차입금 부담이 켜지면서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업황이 반등하더라도 실적 회복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 3사인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는 일제히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을 기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은 3조3162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7117억원 증가했다.

순차입금은 회사의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수치다. 2021년 말 롯데케미칼의 순차입금은 -8165억원으로 총차입금보다 현금성 자산이 더 많을 정도로 재무 상황이 건전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차입금 규모가 크게 늘었다.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을 지표로 보여주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지난해 2분기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해 잠재적 부실기업에 속하게 됐다.

신용등급 하향에 영향을 준 것은 실적 악화 속에 대규모 투자로 차입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인도네시아 라인(LINE) 프로젝트에는 1조9000억원을 투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중국 업체의 증설이 지속돼 수요가 회복하더라도 향후 주요 제품 스프레드는 당분간 과거보다 낮은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라인 프로젝트는 2025년 이후 상업생산이 예정돼 있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동박 공급과잉으로 수익성이 다소 부진해 롯데케미칼이 단기간에 재무안전성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합작사인 여천NCC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내렸다. 중국 기업의 나프타분해시설(NCC) 신증설에 따른 공급 부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납사 가격이 상승해 주요 제품의 스프레드가 약세를 보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여천NCC는 2021년 4분기부터 올 1분기까지 매 분기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한기평은 “2021년까지 NCC 증설, 부타디엔 공장 신설로 자본적 지출이 높은데다 고배당 정책으로 현금 유출이 지속돼 순차입금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여천NCC는 지난해 투자 부담이 축소되고 배당을 지급하지 않았으나 지난 1분기 순차입금은 1조8479억원에 달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56.1%, 부채비율은 239.2%를 기록했다.

한기평은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신용등급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화토탈에너지스는 주요 제품의 수익성 하락 속 올 1분기 영업이익률 0.8%를 냈다.

한기평은 “합작법인 특성상 주주사의 고배당정책이 재무 안정성 회복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최근 2년간 배당 성향이 100%”라고 밝혔다.

나신평은 효성화학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베트남 프로젝트 투자로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9940.6%, 차입금의존도가 85.2%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기평은 지난 4월 휴비스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낮췄다. 대규모 적자로 재무안전성이 저하됐고, 시황 대응력이 약화해 재무안전성을 개선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것이 이유다.

단입자 양극재를 양산하는 LG화학 청주 공장. LG화학
한편 LG화학은 기존의 ‘AA+(안정적)’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부진에도 전지, 첨단소재 등 다각화된 사업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영업실적을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는 최근 내부적으로 한계 사업 구조조정, 인력 재배치 추진 계획을 밝혀 업황 악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당초 ‘상저하고’의 경기 흐름이 예상됐지만 올 하반기에도 업황 회복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내년에도 호황 국면을 맞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석유화학 기업이 자구책을 수립하고 비용을 최대한 줄여 경기가 회복할 때까지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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